러 도와 우크라전 참전한 것처럼
대만 충돌 때 美에 대항 전력 구축
국제 영향력 확대 카드로 본 듯
김여정, 한·미에 “무모한 힘자랑질”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다는 선언과 함께 재래식 전력을 재정비한다는 신호를 동시에 내보낸 것은 변화한 국제 정세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태세로 분석된다. 강대국들과의 협상에 쓰이는 핵 무력, 실전용에 해당하는 상용 무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과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치적으로 각인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14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최근 행보는 핵 일변도의 국방 전략을 수정하고, 지역 분쟁 등에 관여도를 높이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무모한 힘자랑질”이라며 반발한 한·미·일 연합훈련(15∼19일 예정)에 맞대응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다만 구체적 행동을 예고한 성격보다는 여론전이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핵무력·상용무력 병진정책에 대해 “핵무기가 최후의 카드라면 실제 전장에서 쓸 수 있는 건 재래식 전력”이라며 “협상용인 핵, 실전용인 재래식을 모두 키우려는 의도이자 한·미 양국 군의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 ‘아이언 메이스’에 대응하며 남한의 재래식 군비 증강에 맞불을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러 간 무기와 군사 기술 분야 협력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북한이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힘의 균형의 파괴는 추호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 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경험해 본 북한이 지역 분쟁에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국제적 영향력 확대 전략으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용무력을 고도화하는 새 노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에 대항할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도 등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핵무기에 더해 높은 수준의 상용무력을 보유할 경우 북한의 입김은 더 세질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북·미, 남북대화를 하려면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이전 정부와 결별한 다른 접근을 해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2인자인 박정천 부위원장이 동시에 한·미·일 훈련 반발 담화를 낸 것에 대해서는 향후 행보를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식 핵·재래식 무력 동시발전, 향후 무기 실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기획된 비판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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