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배경 대작 초연 출연진 그대로
웃다 울든지 울다 웃게 된다. 연극 ‘퉁소소리’가 만들어내는 관객 경험이다. 조선시대 전라 남원 평범한 최씨 일가 이야기다. 동북아 스케일의 전란에 휩싸여 뿔뿔이 흩어져 온갖 고초를 겪은 이들이 기적적으로 해후하는 결말에 이르면 감동의 갈채가 터져 나온다.
2024년 백상연극상을 수상한 작품이 1년 만에 초연 출연진 거의 그대로 앙코르 무대를 시작했다.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한문 전기소설 ‘최척전’(1621)이 원작. 남원 유생 최척과 먼저 연서를 써보낼 정도로 진취적인 여성 옥영은 임진왜란을 거치며 어렵게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다시 정유재란이 터지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옥영은 어찌하다 일본으로 끌려가고 최척은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중국으로 흘러든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안남(베트남)에서 기적처럼 재회하고 중국 항주에 정착하나 다시 명·청 교체기 전란 속에 흩어진다.

이렇게 최척과 옥영 그리고 첫째 몽석과 둘째 몽선, 몽선의 처 홍도와 사돈 진위경 일가가 30년에 걸쳐 서로를 찾아 헤매다 결국 남원에서 모이는 이야기다.
상·중·하 세 권으로 엮어도 모자랄 방대한 이야기가 정말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변사 격인 원로배우 이호재, 옥영 역의 정새별, 최척 역의 박영민 등 주역의 탄탄한 연기만큼이나 개성 만점의 조연 연기가 빛나는 무대다. 해적장, 명나라 장수 역을 맡아 개성 만점 연기를 보여준 전재형, 진위경 역의 이원희, 돈우 역의 박장면, 홍도 역의 최나라 등의 연기가 생동감 있다.
전란과 유배, 포로 생활, 타국 이주 등 고난 속에서도 삶과 사랑 그리고 가족애를 지켜낸 보통 사람 이야기는 큰 감동을 준다. 최척을 믿어준 중국 장수 여유문, 옥영을 보살핀 일본 상인 돈우 그리고 조선에서 인술을 펼친 의원 진위경 등은 한·중·일이 어떤 사이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국경을 맞대고 늘 싸워 온 한·중·일이지만 전쟁터를 벗어나면 같은 인간으로서 “괜찮아, 메이관시(沒關係), 다이조부(だいじょうぶ)”를 함께 외치며 정을 나누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9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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