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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1줄에 제약사 ‘휘청’…“타이레놀, 믿어도 될까요?”

입력 : 2025-09-14 07:11:04 수정 : 2025-09-14 07:13:13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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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논란’ 주가 9%↓…제약업계 초긴장 모드
전문가들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 입증되진 않았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정 약물 하나로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위험하다. 게티이미지

타이레놀 제조사인 켄뷰(Kenvue)의 최고경영자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단순한 의약품 안전성 문제를 넘어 과학적 검증, 기업의 책임, 정부 정책이 맞물린 복합적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켄뷰의 임시 CEO 커크 페리는 최근 로버트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그는 “타이레놀과 자폐증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은 없다”며 장관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보고서에서 타이레놀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해당 회동은 케네디 장관이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의 자폐증 발병 위험과 잠재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는 초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직후 진행됐다.

 

켄뷰 주가는 장중 9% 급락하며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아세트아미노펜, 자폐증 유발 안한다고 확신”

 

켄뷰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이는 전 세계 보건 규제기관, 독립 공중보건기관, 의료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 역시 “임신부가 의사의 상담을 거쳐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권고해 왔다.

 

지난주에도 학회는 성명을 내고 “태아 발달 문제와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일부 역학 연구에서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아동의 신경발달장애(자폐증·ADHD 등) 사이에 통계적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또 자폐 아동의 가족 일부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케네디 장관도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해 온 인물이어서 이번 보고서가 단순한 과학 검증을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 “인과관계 입증은 아직”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일부 연구는 연관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이는 원인이라기보다 상관성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간 가장 널리 사용된 해열진통제 중 하나인 만큼, 정상 용량 복용 시 태아에 중대한 위해를 준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며 “다만 장기간·고용량 사용은 피하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질환”이라며 “특정 약물 하나로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장기간·고용량 사용은 피하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뉴시스 자료사진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의학적 해석을 넘어 공공 신뢰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기업이 이해관계를 지키려 로비를 한다면 과학적 판단보다 자본 논리가 앞설 수 있다는 우려 △정치인이 과학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을 성급히 언급할 경우 대중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 △정부 기관과 언론이 투명한 정보 전달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가 맞물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건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과학 검증 체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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