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음모 등 혐의로 기소된 ‘열대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불만족스럽다(very unhappy)”며 또다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파장이 어디까지 일지 주목된다.
연방대법원 1부는 11일(현지시간) 내란 음모·무장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징역 27년3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1부 소속 대법관 5명 중 4명이 유죄 의견을, 1명이 무죄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보우소나루는 내란 음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 판결은 확정 판결이 아닌 ‘사실상 1심’이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일반적인 형사 사건의 경우 한국처럼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지만 피고인이 현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고위 공무원일 때에는 대법원이 곧바로 사건을 담당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은 법원 관할 문제를 지적하며 대법관 전원인 11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항소 절차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재직 중 계획된 범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1심이 진행됐는데, 보우소나루 측은 현재 신분이 전직 대통령이기에 일반 형사 사건 처리 방식과 같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판결이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에게는 유리한 요인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형 확정을 미루는 ‘지연 전술’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항소심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브라질법이 보장하는 절차인 ‘판결문 정정 신청(불명확 부분 설명·오타 수정 요청)’까지 고려하면 이날 선고된 형이 실제로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국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2026년에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날 연방대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브라질의 정치적 분열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우파 포퓰리즘 성향을 보이며 ‘열대의 트럼프’로 불렸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이 ‘마녀사냥’이라며 재판을 중단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 뒤 실제 50% 관세를 매겨 영향력을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그가 브라질의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충격을 받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1기 집권을 마친 뒤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90개 이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일어났던 일과 매우 흡사하다”며 보우소나루에 대한 동병상련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미국은 이 마녀사냥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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