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다음달 4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굳혔다는 보도가 12일 잇따랐다.

고이즈미 장관은 이번 주말 자신의 지역구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뒤 다음 주 출마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요미우리, 산케이 신문 등이 고이즈미 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고이즈미는 이와 관련해 “중요한 대응에 대해 지역구인 요코스카, 미우라의 지지자(의견)를 소중히 하고 싶다”며 “공무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운데 제대로 대응을 생각하고 싶다”고 전날 말했다.
그가 선거전에 나서면 ‘여자 아베’라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전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면담하는 등 사실상 출마 의사를 굳히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이즈미 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가 강점이다. 쌀값 고공행진 와중에 구원투수로 등판, 반값 비축미와 증산 정책으로의 전환을 밀어붙이며 추진력도 입증했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여소야대’ 신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다카이치에 비해 야당과의 관계도 매끄러운 편이다. 총재선거에서 그를 지원할 것이 확실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일본유신회와 관계가 두터운 까닭에 고이즈미가 당선되면 유신회를 추가한 연정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고이즈미는 개혁 정신을 가진 정치가이다. 개인적으로도 신뢰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즐겁고(Fun),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환경상 시절 돌출 발언 등으로 생긴 ‘4차원’ 이미지는 걸림돌이다. 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도 토론을 할 때마다 점수를 깎아먹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총재선거는 당원·당우 표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보수·농촌 당원 사이에서 인기가 낮은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선택적 부부 별성제(부부가 서로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 도입을 공약했고, 최근 쌀값 안정 대책을 추진해왔다.
반면 강경 우파인 다카이치는 신생 정당들에 빼앗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자민당으로 다시 결집시킬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당내 보수파 사이에 크다. 대신 보수색이 지나치게 강해 반대파가 적지 않고, 야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 여소야대 국면을 잘 돌파할 수 있을지 우려도 많다.
지난해 9월 총재선거 1차투표에서 고이즈미가 국회의원표는 최다인 75표를 얻었지만 당원·당우 투표에선 3위(61표)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한 반면, 의원 투표에서 2위(72표)였던 다카이치는 당원·당우 투표에서 109표를 모으며 1위로 결선투표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총재선거도 1차에서는 당 국회의원 295명과 100만 당원·당우 표심을 50 대 50 비율로 반영하게 돼 다카이치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이 출사표를 낸 가운데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이 다음주 출마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옛 기시다파이자 현 정권 2인자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출마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선거는 ‘5파전’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통상 다수당 대표가 국회 표결을 거쳐 총리에 오른다. 현재 중·참의원 모두 여소야대 구도이지만, 자민당이 여전히 제1당이고 야권은 분열돼 있어 새 자민당 총재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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