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도 쉬지 않고 동료들 챙기고, 역할 완수
새벽 시간대 갯벌에 들어갔다 빠져 나오지 못한 노인을 구하려고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까지 건넸다가 실종된 30대 해양경찰관이 허망하게 숨졌다. 생전에 그는 안전관리 수요가 급증하는 주꾸미 철 바쁜 동료들을 생각해 본인 생일에도 쉬지 않고 임무를 다했다고 한다.
11일 해경에 따르면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는 이날 오전 9시41분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34) 경장을 찾았다. 앞서 그는 오전 3시30분 영흥도 갯벌에서 중국 국적의 70대가 어패류를 잡다가 밀물에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가 구조 작업 중 사라졌다.

해경은 이 경장이 발 부위를 다친 노인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부력조끼를 벗어준 뒤 헤엄쳐 나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장은 영흥면 꽃섬으로부터 약 1.4㎞ 떨어진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직전 촬영된 현장 영상에는 이 경장이 손전등 등을 든 채로 착용하고 있던 부력조끼를 벗어 구조자에게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거친 물살에 비틀거리면서도 계속해 무전을 하고 상공의 드론에 양손으로 원 형태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 경장의 주변에서는 그가 평소 맡은 일을 책임지고 완수하는 경찰관이었다고 말한다. 지인들은 교대근무를 하는 이 경장이 자신의 생일에 연가를 쓸 수 있었는데도 자주 쉬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생일에는 그날 근무자들이 가족이나 친구를 대신해 축하하기도 했다.
이 경장의 장례는 중부해경청장 장(葬)으로 오는 15일까지 5일간 엄수된다.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30분 고인이 소속된 인천해양경찰서 청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해경은 이 경장의 순직 절차도 신속히 추진한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고인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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