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이초 사건’의 참고인이었던 학부모가 “경찰에 제출했던 휴대전화에서 일부 대화가 삭제됐다”며 재수사를 촉구한 가운데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실제 사건에 대한 대화 일부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된 대화 내용에는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 등이 담겨있었다.
1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포렌식 업체에 서이초 학부모 A씨의 휴대전화를 맡긴 결과 교사 사망 직후 일부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가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3년 7월19일 서이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박인혜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반의 학부모로, 당시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8월16일 휴대전화를 제출했다가 이틀 뒤인 18일 돌려받았다. 이후 학부모 단체방과 지인들이 참여한 대화방에서 서이초 사건을 두고 오갔던 대화 일부가 삭제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유족과 동료교사, 학부모 등 68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나 같은 해 11월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협박·폭행·강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범죄 혐의점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A씨는 “학부모 단체방 대화 내용이 삭제됐고, 제기한 의혹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경찰의 부실·편파 수사가 있었다”며 최근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에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3일 만에 동의 인원 5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A씨 주장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포렌식 업체에 A씨와 A씨 지인 B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의뢰했다. 포렌식 결과 A씨가 당시 같은 반 학부모들과의 단체대화방에서 나눈 대화 중 7월19일 오전 11시30분 38초까지의 대화는 남아있었지만, 19일 오후 9시부터 20일까지 나눈 대화 내용은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와 B씨가 포함된 모임 대화방에서도 7월20일 대화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B씨의 휴대전화에는 모임 대화방의 대화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삭제된 대화는 A씨가 “교장 선생님이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우울증 환자로 몰아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 등 학교 측이 진실을 덮고 교사의 사망 이유가 ‘개인사’라 축소하고 있고, 일부 학부모는 교사 보호보다는 자기 입장만 챙기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과의 대화방의 경우 A씨가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기 전 대화를 모두 캡처해놨는데, 당시 대화에는 “우리 선생님 얼마나 억울하셨으면 학교에서…”, “우린 들을 권리, 알 권리가 있다” 등 학교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 등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른바 ‘연필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의 가해자·피해자 학부모가 “원만히 종결됐는데 왜 기사화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 내용도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사노조는 “누가 언제 삭제했는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지만 A씨 휴대전화에서 특정 시점의 대화 내용이 삭제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며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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