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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기록’ 안 남는다지만… 비자 제도 재정비 서둘러야

입력 : 2025-09-11 18:23:59 수정 : 2025-09-11 21:15:31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정지혜·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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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금 한국인 석방

쇠사슬 속박·막판 출국지연 등
일주일간 긴박한 상황의 연속
LG엔솔 “석방자 일상회복 지원”

외교당국 “美측 비자 문제 인지
잔류 제안할 만큼 생각에 변화”

정부, 한국기술자 별도비자 제안
미국 긍정적 입장… 수용여부 촉각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던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석방되면서 향후 비자 제도 재정비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입국에 문제가 없도록 미측으로부터 확인을 받았다고 했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비자 제도 재정비가 급선무다.

그리운 집으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으로 체포됐다 11일(현지시간) 풀려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구금시설을 나서고 있다. 이들은 12일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포크스턴=연합뉴스

◆4일 구금부터 11일 석방까지

 

지난 4일(현지시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체포된 뒤 11일 풀려나기까지 7일은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근로자 체포 사실이 외신 등을 통해 전해졌고, 한국인이 300여명 포함됐다는 것은 뒤늦게 알려졌다. 다음날 ICE가 헬기, 군용차 등을 통해 현장을 급습하고 한국인들로 추정되는 근로자들이 현지에서 쇠사슬로 묶여 이송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들이 대부분 공장 건설의 핵심 역할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인력들로 알려지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했다. 7일 대통령실이 협상이 마무리됐고 전세기를 통해 한국인들을 귀환시킨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들의 출국 형태가 자진출국인지, 추방인지 등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등과 상대했고, 박윤주 외교부 1차관도 조지아에 머물렀다. 장·차관의 동시 방미는 이례적이었다.

10일에 전세기가 뜨는 것이 확정됐으나 갑자기 출발이 연기돼 긴장감이 돌았다. 같은 날 조 장관이 루비오 장관을 만났을 때야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밤중에 한국인들의 잔류 의사를 확인해 남을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석방되는 이들에게 수갑을 채우지 말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로 인해 구성원 및 협력사, 가족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이들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자 신설 등 재발 방지 과제

 

외교부 관계자는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진 출국하는 한국인들이 미국 내에 ‘불법체류’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구금됐던 근로자 317명은 일단 재입국에 차별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이날 조 장관과의 이날 면담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현 비자 제도는 이를 뒷받침해오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트럼프 행정부도 이번 사태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엔 한국인 근로자 단속 사태에 대해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전날엔 갑작스럽게 한국인 근로자들의 석방·출국 절차를 지연시키면서 이들이 잔류를 제안할 만큼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이날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자 문제는 복잡한 사안이며 오랫동안 지속돼 온 문제”라며 공장을 짓기 위해 가는 숙련 인력과 이후에도 계속 머물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조기 석방을 위해 논의한 내용에 대해 한국 취재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신설과 함께 이를 위한 워킹그룹 구성을 미국에 제안했다. 미국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이민법 관련 입법 절차가 길고 복잡한 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근본적으로 외국인들을 미국에 받아들이는 제도 확대에 부정적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은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들에 수천억달러대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안이 가져올 후폭풍을 미국도 우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대미 투자 압박 정책과 강경 이민 정책이 충돌한 상징적인 사례라고 해설한 바 있다.

 

구금 사태가 일단락된 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워싱턴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난다.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무역 합의 당시 합의한 3500억달러(약 487조원) 대미 투자 펀드 구성과 함께 구금 사태와 관련한 국내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고 파견자들의 비자 문제 해결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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