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316명이 11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미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에 억류된 지 7일 만이다. 당초 하루 전 출발하려다 ‘미국 측 사정’으로 늦춰지면서 우려가 컸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수갑을 채워 이송하려 해서”였다고 했지만,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의 면담에서 밝혀진 이유는 달랐다. 루비오 장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인이 모두 숙련 인력이니 남아서 미국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알고 싶다”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을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미 국무부 매뉴얼에 따르면 애초 B1(단기 상용) 비자를 받은 한국인 근로자의 경우 해외에서 제작·구매한 장비를 설치·시운전하거나, 현지 직원 대상 교육·훈련을 시키는 데 법적 하자가 없다. 그런데도 미 이민 당국은 마치 우리 근로자들을 범죄집단 취급하며 쇠사슬로 체포·구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맞춰 국토안보부가 헬리콥터·군용차량까지 동원해 과잉대응에 나선 것 자체가 72년 한·미동맹의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다.
이뿐이 아니다. 조지아만 해도 100여곳이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양국 경제 협력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호주, 싱가포르, 칠레에는 전문·기술인력 비자(E-2, E-3) 쿼터를 내주면서 최대 투자국인 한국에만 인색하게 굴고 있다. 미국의 이런 이율배반적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어느 기업이 선뜻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3500억달러 투자 등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제조업 부흥이 필요한 미 당국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 한·미 간 협의 채널을 즉각 가동해 비자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 제도적 허점은 외면한 채 투자를 강행한다면 제2, 제3의 ‘조지아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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