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3대(내란·김건희·해병) 특별검사법 개정안 처리에 관한 국민의힘과의 합의를 어제 전격 파기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그제 만나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약속한 지 고작 하루 만이다. 한국 정치가 아무리 후진적이지만, 여야 간 합의를 이렇게 뒤집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기국회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처리 등 현안이 쌓여 있으나 여야 충돌로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모든 책임은 합의를 깬 민주당 지도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가 성사된 뒤 돌연 태도를 바꿔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법 개정안은 핵심 중 핵심이 기간 연장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으나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오죽하면 김병기 원내대표가 어제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는 거친 언사를 쏟아냈겠는가.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이 빠진 개정안에 여권 내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하자 정 대표가 뒤늦게 꼬리를 내리고 원내 지도부 측에 책임을 떠민 것 아닌가.
어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보인 태도 또한 실망스럽다. 여야 특검법 개정안 합의 파기에 관해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저는 그런 걸(수사 기간 연장 제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 약속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무효화했는데 이것을 제대로 된 의회 정치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이 대통령이 표방한 ‘통합 국정’의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의 여야 협치 당부가 정작 민주당에 의해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당·정·대 모두 여당 내 강경파의 눈치만 보며 그 입김에 휘둘리는 비정상적 행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내란 세력과의 절연’을 요구하기 전 스스로의 모습은 어떤지 자문하고 성찰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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