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진 11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파열음이 났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한 3대 특검법 처리를 놓고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정면 충돌했다. 정 대표가 합의안 처리에 반대하며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정 대표가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데 대해 당과 의원,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하면서 확전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취임 100일’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에 대해 “(김병기)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의견과는) 많이 달라서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며 합의안 파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반발했다. 그는 정 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3대 특검법 개정 협상은 결렬됐다. 법사위에서 통과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며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주장과 달리 당 지도부와 ‘긴밀한’ 소통을 거쳐서 합의에 이르렀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특검 파견 검사 증원 폭을 줄이고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않되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대한 정부조직법 처리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안이 알려지자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강경파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특검법 수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경 기류에 정 대표가 ‘합의 파기’를 결정하면서 책임을 협상 당사자인 김 원내대표에 떠넘겼다는 게 김 원내대표측의 분위기다.
정 대표는 일단 당 의원총회에서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내부 충돌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은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시끄럽더라”며 “이재명이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어서 저에게 비난이 쏟아지는데 저는 (내용을) 실제로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나”라며 “(정부조직) 개편을 못 한다고 일을 못 하는 것 아니다. 정부조직법은 천천히 하면 된다. 내란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꿈도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 아니냐. 그걸 어떻게 맞바꾸느냐”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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