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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혀 깨물고 옥살이… 61년 만에 ‘무죄’

입력 : 2025-09-10 20:00:00 수정 : 2025-09-10 21:22:49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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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자씨 재심… 정당방위 인정
법원 “상해죄 성립 안 돼” 결론
최씨 “피해자들 희망 되고 싶었다”

성폭행하려던 남성 혀를 깨물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9)씨가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건 발생 61년 만이다. 재심 재판부는 늦게나마 최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하며 과거 군부독재 시절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았다.

되찾은 웃음 최말자씨(앞줄 가운데)가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재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 직후 여성단체 회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현순)는 10일 중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중상해 증거가 부족하고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964년 5월6일 오후 8시쯤 피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았는데, 증거에 의하면 중상해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것과 관련해 정당방위를 주장했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인정돼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최씨는 19세였던 1964년 5월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 혀를 깨물어 1.5㎝가량을 절단해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6개월간 구금돼 검경 조사를 받았다. 최씨는 당시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965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가해자 노씨에게는 강간미수 혐의 대신 특수협박 및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건 발생 56년 뒤인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1·2심 모두 ‘검사가 불법 구금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최종심인 대법원은 3년이 넘는 심리 끝에 신문 기사, 재심 판결문, 형사 사건부, 집행원부 등을 근거로 최씨 주장이 맞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검찰은 지난 7월23일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본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또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 사실 자체는 물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인데,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공식 사과했다.

 

최씨는 선고 이후 부산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위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만류했지만 이 사건을 묻고 갈 수가 없었다”며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설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희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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