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중심 실용 기조 반영
취임 이후 ‘경제’ 언급 최다
‘개혁’ 거론 없는 점도 주목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 그리고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라야 합니다.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입니다.”(6월26일, 이재명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정치는 덜어내고 민생은 더했다. 상대 진영을 향하던 매서운 공격은 사라지고 경제·외교 앞의 실용주의가 중심 무대로 올라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지난 100일 사이 보여준 변화다.
10일 세계일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연설과 취임 이후 100일간의 연설을 비교해본 결과,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정치’였고 대통령직에 취임한 이후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경제’였다. 시기와 무관하게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민’이나 ‘우리’, ‘여러분’ 등의 공통된 지칭용 표현은 제외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진행한 148번의 연설에서 정치라는 단어를 767번 언급했다. 반면 취임 후 27차례의 발언에서는 경제라는 단어를 97번 언급해 가장 잦은 빈도수를 보였다.
취임 후 이 대통령의 연설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취임 전과 비교해 옅어진 정치색과 공격성이다. 취임사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치적 의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가능한 피했다. 대신 경제·성장·회복 등 민생 중심의 실용적 국정 기조를 담은 표현들이 대통령 발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특히 취임 후 대중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개혁’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다시피 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식 연설 중 취임사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1번씩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 이외에는 공식 연설에서 개혁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국무회의에서도 주로 ‘규제 개혁’ 등 정치가 아닌 정책적 의미로서의 개혁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개혁에 대한 직접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불거진 당정 갈등설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개혁 속도를 두고 이 대통령 측과 여당 간의 갈등설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불려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 앞에 ‘속도조절론’을 꺼내들었던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의중 역시 개혁 속도조절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을 기점으로 이 대통령의 언어에서 개혁이 사라진 것은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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