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불가’ 대미 메시지
연설서 러시아 파병군인 격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 77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를 언급하며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중·러 밀착과 고도화한 핵 무력을 바탕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대미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만수대의사당(우리의 국회의사당 격)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7돌 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서 이같이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새 조선의 창건이 선포된 그날로부터 시작된 77년간의 강국건설위업은 지금 우리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로서 긍지 높이 총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써도 우리 국가의 절대적 지위와 안전을 다칠 수 없으며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융성시대의 거세찬 흐름은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핵 무력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김 위원장이 말한 ‘비상한 지위’, ‘절대적 지위’는 핵보유국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위상에 도달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중·러 정상과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올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관람한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부각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북·중 정상회담에선 종전과 달리 비핵화 언급이 없었고, 김 위원장은 귀국 3일 만인 8일 탄소섬유 고체연료 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참관했다. 북한 발표대로라면 이 엔진이 탑재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은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인 중·러를 뒷배 삼아 미국을 향해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비핵화를 하기엔 자신들 핵 무력이 고도화했을뿐더러 중·러의 지지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비핵화는 “실천적으로나 개념적으로 불가능”(김여정 부부장 지난 4월 담화)하다면서 이를 목표로 삼은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한 과거”(김 부부장 지난 7월 담화)라고 밝혀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국경절을 맞아 “해외 군사작전에 투입된 우리 군대의 장령, 군관, 병사들에게도 뜨거운 전투적 경례를 보낸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군인들을 지목하면서 특별히 격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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