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관광프로그램 확대
역사문화 탐방로도 조성 추진
세계암각화 센터 건립 등 통해
산업 넘어 국제문화도시 도약
“비만 오면 반복되는 침수 문제
대안은 사연댐 수위 낮추는 것”
지난 7월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에는 만장일치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를 아우르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목록에 오르면서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이 된 순간이었다. 1970년 천전리 암각화 발견, 다음 해 반구대 암각화 발견 이후 50여년 만에 세계가 인정한 성과다. 6000여년 전 신석기∼청동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에는 고래사냥을 비롯해 호랑이, 멧돼지 등 9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선사 인류의 생활상과 예술성을 생생히 증언하는 기록이다.

김두겸(사진) 울산시장은 1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암각화 등재 과정을 ‘칠전팔기(七顚八起)’라고 표현했다. 그는 “국내 절차만 13년 넘게 걸렸다. 두 차례 보류도 겪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면서 “실패와 시련의 과정 속에서도 칠전팔기 정신이 성공의 주된 요인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등재 비결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시민들의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신석기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을 보여주는 희소한 유산”이라며 “침수 위기 속에서도 이를 지키려는 울산 시민들의 노력이 국제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울산시는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를 세계적 문화관광지로 키우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티투어 코스에 반구천의 암각화를 포함한 ‘세계유산 관광’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 주말 가족 투어, 달빛 야간 관광 등도 더했다. 2030년까지 175억원을 투입해 11.6㎞의 역사문화 탐방로도 조성한다. 김 시장은 “이제 보존과 활용, 두 축을 동시에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재 이후 과제는 보존이다. 비만 오면 반복되는 침수 문제 해결이 가장 큰 숙제다. 김 시장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신 울산 시민의 맑은 물 마실 권리를 보장할 새로운 상수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 시장은 세계유산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5대 분야 22개 핵심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세계역사도시연맹 가입, 선사 체험형 테마공원 조성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그는 “무엇보다 세계암각화센터가 가장 핵심인데, 보존·연구·전시·교육 기능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기관으로, 울산을 국제문화도시로 도약시키는 거점 시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시는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산업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라는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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