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엔진·GPS 장착 레저보트 수천만원대
“보트 감식 결과 대공·마약 밀수 혐의 없어”
중국에서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이 타고 온 고가의 레저용 모터보트를 버리고 간 이유에 궁금증이 쏠린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지난 7일 오후 중국 남동부 장쑤성 난퉁시에서 90마력 엔진이 설치된 고무보트를 타고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6명 중 3명을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검거된 이들은 중국인 6명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했으며, 서로 모르는 사이로 돈을 벌기 위해 중국인 브로커를 통해 밀입국한 뒤 뿔뿔이 흩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 중 일부는 불법 체류로 추방당한 전력이 있어 정상 경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할 수 없기 때문에 밀입국을 시도했다.
이들은 중국인 브로커에게 각각 3만위안(한화 약 585만원)씩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밀입국한 나머지 3명의 중국인을 쫓고 있다. 이들 중 1명이 보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제주 해경은 8일 오전 7시 56분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미확인 고무보트가 있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 확인한 결과 90마력 엔진이 설치된 고무보트에는 용량이 다른 유류통 12개와 구명조끼 6벌, 포장지에 중국어가 표기된 빵을 비롯한 비상식량, 낚싯대 등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직선으로 약 460㎞ 떨어진 거리를 보트로 이동했다.

이 보트는 비교적 신형으로 야간 운항에 필요한 위성항법장치(GPS)도 장착돼 있었다.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야간에 해무를 틈 타 경계가 허술한 곳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보인다.
위성항법장치는 네비게이션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인공위성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위도, 경도, 고도 위치뿐만 아니라 속도와 함께 정확한 시간도 파악할 수 있다. 닻처럼 해상에서 배를 고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보트에 장착된 90마력 엔진은 신형의 경우 판매가격이 2000만원에 가깝다. 위성항법장치도 수백만원에 달해 이들이 버리고 간 보트 가격이 30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브로커에 건넸다고 주장하는 비용은 모두 180만위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500만원가량이다.
단지 돈 벌러 밀입국했다는 이들이 발각될 게 뻔한 고가의 보트를 버리고 간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밀입국이 단지 취업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지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과 육경, 군 당국이 함께 조사에 나선 결과 간첩활동 등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보트 감식 결과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마약 밀수 정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해경은 또 “보트에 설치된 위성항법장치 상 최종 목적지는 한경면 신창 포구로 확인되지만, 보트가 발견된 위치는 당초 목적지보다 약 2.4㎞ 떨어진 용수 해녀탈의장 인근”이라며 “밀입국 경로는 보트 운항자를 검거해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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