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방문한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의 ‘삼성 킹스크로스’(KX)는 전자제품 전시장 같은 인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글로벌 빅테크 사무실 같은 세련됨과 이웃집의 아늑함·편안함이 먼저 다가왔다. 제품을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기보다 기술과 문화·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킹스크로스의 복합 제품체험 공간을 전진기지 삼아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인공지능(AI) 홈’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 브랜드 쇼케이스 공간인 삼성 KX는 2019년 9월 런던 킹스크로스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콜 드롭스 야드’ 쇼핑몰 최상층에 문을 열었다. 총 1858㎡ 규모다. 킹스크로스는 산업혁명 시기 석탄을 영국 전역으로 실어나르던 산업의 중심지였다. 현재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모여드는 문화 명소이자, 구글·유튜브·메타·유니버셜 스튜디오·소니뮤직 등 글로벌 기업들이 둥지를 튼 테크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 KX는 많은 제품을 건조하게 늘어놓은 여느 가전 매장과 다르다. 곡선과 나무 위주의 널찍한 공간에 부엌과 거실을 들여놓아 낮잠이라도 잘 수 있을 듯 안락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신제품을 배치해, 삼성의 ‘AI홈’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KX는 런던의 생활방식에서 영감 받은 3가지 AI홈 체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바비칸 아파트먼트 공간은 고급·모던이 특징인 도심형 주택이다. 이곳에서는 버튼 하나로 동작하는 ‘내 손 안의 AI홈’을 경험할 수 있다. ‘굿 모닝 루틴’을 실행하면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고 조명이 켜진다. 거실의 스마트 TV는 음성으로 날씨와 기기 상태를 알려준다. 밤에는 반대로 가전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고 블라인드가 닫히며 깊은 잠에 들도록 돕는다.
해크니 아파트먼트로 꾸민 공간은 트렌디한 도시 거주자의 개성을 반영했다. 에너지 절감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들이 AI 에너지 모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드에서는 AI가 전력 사용량을 알아서 절감하고, 냉난방도 최적화한다.
가족용인 타운 하우스에서는 AI홈의 반려동물 돌봄 기능을 선보인다. 반려동물의 오늘 활동량을 바탕으로 부족한 산책시간을 알려주고, 반려동물이 불편해하면 음악을 튼다.
이 외에 냉장고에 넣은 음식물을 바탕으로 조리법을 추천하고 오븐 온도·시간까지 설정해주는 AI 솔루션, 집안 폐쇄회로(CC)TV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고 화재·누수·침입을 감지하는 보안 기술, 마이크로 LED 기술로 구현한 ‘홈 시네마’ 등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삼성 KX에서는 정보통신(IT) 기술과 런던의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행사가 종종 열린다. 약 30여개 대학, 교육기관, 지역단체, 재단 등과 협력해 예술활동 전시회, 각종 워크숍, 게임 이벤트, 명사 초청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덕분에 지역 사회를 대표하는 ‘디지털 놀이터’로 자리잡았다.
KX를 방문한 이날은 주방에서 셰프가 AI홈 솔루션을 이용해 방문객을 위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셰프의 시연을 지켜보던 40대 영국인 부부는 “지나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재밌다”며 웃어보였다. 삼성 KX에서 일한 지 7년된 한 영국인 직원은 “보통 가전매장은 여러 제품을 나열해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하지만 이 공간에서는 삼성 가전이 우리 집에 오면 이렇겠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게 최적의 위치에 놓아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이 이곳에 제품을 사러 오는 건 물론 제품에 대해 알아보거나 수리를 맡기러 들르기도 하고, 휴일에는 아이들이 와서 게임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등 그저 즐기기 위해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에 따르면 런던은 한창 도시재생이 진행되면서 신축 주택을 중심으로 AI 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런던이 올드타운에서 모던 시티로 바뀌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라 AI홈의 개념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화두가 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에 대한 관심도 크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장 윤철웅 상무는 “삼성 KX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 생활 밀착형 체험 공간으로 삼성의 미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래그십 경험 공간”이라며 “런던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AI 홈’ 체험 공간에서 삼성 AI 홈의 가치를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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