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궁에서 발견된 ‘쿠데타’ 문건 증거로 채택해
“軍 지휘관들과 회의 열고 ‘헌법 위반’ 모의 정황”
보우소나루 “차기 대선 출마 막으려는 음모일 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70) 전 브라질 대통령 사건의 심리를 맡은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피고인(보우소나루) 때문에 브라질이 독재 국가로 퇴행할 뻔했다”며 보우소나루를 강하게 질타했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보우소나루는 법정에 직접 출석하는 대신 변호인단을 통해 ‘무죄’ 입장을 강력히 항변했다.

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사건은 현재 대법관 5명으로 구성된 제1소부(小部)가 심리하고 있으며, 그들 가운데 과반인 3명 이상이 찬성하면 ‘유죄’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이 경우 2019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4년간 브라질을 이끈 전직 지도자에겐 최장 40년이 넘는 징역형 선고도 가능해진다.
앞서 쿠데타 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우소나루를 상대로 예비 조사를 담당한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대법관은 이날 검찰 공소 사실을 거의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의견을 대법관 5명 가운데 가장 먼저 제시했다. 모라에스 대법관은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보우소나루가 경쟁 후보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한 직후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혐의 내용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브라질 검찰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대선 패배 이듬해인 2023년 1월8일 지지자들을 선동해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정부와 의회 건물 등을 습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브라질군의 고위 장교 등 7명도 정권 탈취 음모에 가담한 것으로 봐 보우소나루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물론 이들도 보우소나루와 나란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모라에스 대법관은 2022년 대선 결과 발표 후 보우소나루가 아직 현직에 있던 시절 브라질 대통령궁에서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증거로 채택했다. 여기에는 쿠데타 계획의 일부가 담겨 있는데, 앞서 검찰은 “군부가 보우소나루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아 음모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명의 룰라 정권 전복 시도는 결과적으로 무위에 그쳤고,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 난입 등에 앞장선 시위대 1500명가량이 체포됐다. 모라에스 대법관은 “피고인이 군부 지휘관 일부와 회의를 갖고 헌법 위반에 관해 논의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과거 20년 동안 독재 체제를 경험한 브라질이 피고인 한 사람 때문에 다시 권위주의 국가로 퇴행할 뻔했다”고 보우소나루를 꾸짖었다.

보우소나루는 법정에 출석하는 대신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대법원 제1소부에 속한 대법관 5명 모두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대선 선거운동 유세 도중 당한 흉기 피습 테러의 후유증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라며 “브라질 수사 및 사법 당국이 나를 법정에 세운 것은 오는 2026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음모”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일각에선 보우소나루와 비슷한 극우 정치인으로 그와 절친한 반면 좌파 성향의 룰라 현 대통령과는 사이가 나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판에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트럼프는 모라에스 대법관 등을 미 행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리는가 하면 “보우소나루 재판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브라질에 50%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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