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언론·사법 개혁 속도전 예고
지지층만 보고 가면 역풍 맞을 것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어제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내란’은 26번 외치면서 ‘협치’란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그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협치의 물꼬를 튼 지 하루 만에 야당 해산을 겁박하나.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합리적 보수 재건에 나서라는 민의와 반대로 움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 해산은 또 다른 문제다. 내란 특검 수사와 재판을 통해 국민의힘 해산 사유가 확인된 이후에 주장해도 늦지 않다.
정 대표는 검찰·언론·사법 개혁과 관련해 “골든 타임이 있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더 센 3대 특검법’과 대법관 증원, 검찰청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재고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하나같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중대 개혁인데도 누가 뭐래도 갈 길 가겠다는 식이다. 여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후보추천위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다는 잠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민주당 방안대로면 이 대통령이 새로 임명하는 대법관이 22명이 된다. 법원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대법원 장악용이란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내란 전담 재판부를 만들라는 여론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입법을 통한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는 판사 출신인 민주당 의원조차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똑같다고 비판한 위헌적 발상이다.
정 대표는 언론 개혁에 대해 “극소수의 가짜뉴스를 추방함으로써 다수 언론인의 명예를 지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상을 호도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이 마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가 없어도 ‘허위 조작 보도’에 상한 없이 손해배상을 지우겠다는 내용이다. 언론의 권력 감시기능이 위축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엔 귀를 막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가짜뉴스’의 온상인 유튜브는 규율 대상에서 뺐다. 권력자만 좋아할 ‘언론 재갈법’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 대표가 야당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국민은 그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뺨을 맞은 기분이다. 대통령은 “야당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는데, 여당 대표는 강경 일변도다. 다수 국민이 불안한 마음으로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을 지켜보고 있다. 지지층만 보고 가다가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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