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급수 필수품 사가세요."
9일 오전 강원 강릉시 교동 한 생활용품 판매점 입구에는 양동이, 쓰레기통, 생수통 등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평소라면 마트 구석에 자리 잡을 이들은 요즘 가장 잘 팔린다.
최근 강릉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물통용으로 이러한 물품 구매에 몰리자 마트 측은 이들 제품을 아예 입구에 배치했다.
앞서 강릉시는 지난 6일부터 이 일대 저수조 100t(톤) 이상 보유한 대규모 수용가 123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곳에 따라 단수가 수시로 벌어지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강릉 시내 마트와 생활용품점 곳곳에서는 물통 외에도 일회용품과 생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날 오전 홍제동 한 생활용품 판매점은 일회용 그릇과 젓가락 등이 이미 동난 상태였다.
판매점 관계자는 "평소보다 일회용품 판매량이 훨씬 많아 발주를 늘리고 있지만 금세 동난다"며 "주민들이 설거지도 제대로 못 하다 보니 일회용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인근 대형 마트는 생수 판매량이 평소 2∼3배에 달했다.
시민들은 단순히 마시는 용도가 아닌 세면, 화장실, 청소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생수를 구매하고 있다.
한 주민은 2L(리터) 생수 6개들이 세트 3개를 사 가며 "5인 가족이 사는 집이라 이렇게 사도 하루 이틀이면 다 쓴다"며 "물이 없다 보니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하소연했다.
염모(24) 씨는 커다란 생수통을 들고 나서며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약수터 갈 때나 써봤던 생수통을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아직 우리 아파트는 단수되지 않았지만 언제 단수가 될지 몰라 미리 물을 받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불편은 생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전날 내곡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급수차까지 동원해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했다.

1인당 받을 수 있는 물의 양을 크게 제한하지 않아 대형 쓰레기통까지 끌고 와 물을 담아가는 주민도 있었다.
아울러 주민들은 아파트별 급수 일정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 수질 불안정까지 겹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가뭄 장기화 속 저수율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릉시민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12.2%로 전날보다 0.2%포인트 더 떨어졌다.
한 주민은 "지금은 물을 사서라도 버티지만 앞으로 더 심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가뭄이 계속되면 생활 자체가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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