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측 “이송 과정서 골든타임 놓쳐”…주최측 “문제없어”
제주에서 열린 전국복싱대회에 출전한 10대 선수가 경기 중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선수의 아버지는 미흡한 대회 운영을 규탄하며 링 위에 올라 자해를 했다.

9일 제주 서귀포경찰서와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4시쯤 서귀포시 남원읍 공천포전지훈련센터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 출전한 중학생 A군이 쓰러졌다. A군은 주최 측인 대한복싱협회가 마련한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귀포의료원에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일주일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A군의 아버지 B(40대)씨는 전날 오전 11시40분쯤 해당 대회 경기장을 찾아 링 위에서 “다 내려가! 우리 아들 어떡해!”라고 외치며 커터칼로 자해를 시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B씨를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로 체포했다. B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은 자해 소동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바로 옆 링에서 경기를 계속 이어가 논란을 더하기도 했다.
A군의 가족은 선수가 1라운드에서 다운됐지만 경기가 중단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남 무안군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이번이 첫 대회 출전이었는데, 대회 첫날 경기에 출전해 1라운드에서 수차례 강펀치를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2라운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 복싱대회에서 경기 중 실려나간 선수들은 6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측은 또 사설 구급차 이송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돼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군 어머니는 “복싱 대회는 다치는 선수가 워낙 많은데, 119구급차가 아니라 사설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던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아들은 다친 직후 명확한 뇌 손상 징후를 보였는데, 경기장에서 병원까지 이동하는 구급차가 중간에 길을 잃고 신호를 다 지키고 가는 바람에 30분이나 소요됐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또 이송 과정을 확인하고자 사설 구급차 업체로부터 당일 실내 블랙박스 영상을 요청했으나 보지 못했다고도 토로했다.
대한복싱협회는 경기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각 대회마다 119구급차가 대기하는 건 어려워서 사설 구급차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A군 사고 당시 통상적인 경기 수준이었고, 경기를 중단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해당 경기의 2라운드 시작 전 코치가 A군에게 “계속 뛸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A군이 “그렇다”고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복싱협회의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전날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 대회는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2016년에도 전국대회에 출전한 고교 복싱 선수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한달 만에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도 수원의 한 고교에 다니던 B(16)군은 충남 청양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 고등부 64㎏급 8강전에서 0-3 판정패를 당한 뒤 2층 관중석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B군은 헬기로 천안 단국대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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