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중국 측에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에 대한 견해를 묻자 “핵보유국이라는 스스로의 자신감 속에서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추정했다.

그는 “국력에 비하면 북한 외교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 전승절 열병식에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선 모습이 전 세계에 전송된 것을 두고 “상징적 측면에서 북은 대단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거침없이 참석하게 된 것은 자신감의 발로라고도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전승절을 계기로 4일 개최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영토 완정(完整·완전하게 갖춤)을 지지한다고 언급한 대목을 두고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라며 “다른 말로 하면 대만 침공을 지지한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굉장히 예민한 문제여서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의 중국 열병식 참석의 또 다른 의미로 “제재 구멍이 넓어진 효과가 있다”며 “제재를 강화해서 비핵화로 가겠다고 했던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은 작동이 안 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내년 초 개최할 것으로 보이는 9차 당대회와 관련해 “앞으로 5년간의 경제발전계획을 설정하게 되는데 지금 관측으로는 상당히 중대한 노선 변화가 예상된다”며 “인민생활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방침을 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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