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충격 땐 15개월 물가 상승
농축수산업 기후적응 투자 시급

하루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1도 오를 때 물가에 미치는 충격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50년경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상승 압력은 최대 0.6%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 최다강수량 상승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상당 기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일 최고기온이 지난 30년간 월별 평균기온에서 1도 높아질 때를 ‘고온충격’으로, 일 최대강수량이 10㎜ 증가할 때를 ‘강수충격’으로 보고 분석모형을 통해 각 상황이 물가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고온충격과 강수충격은 발생 즉시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각각 0.056%포인트, 0.031%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는 중장기적으로도 물가에 압력을 가했다. 고온충격은 발생 후 24개월간 평균 0.055%포인트, 강수충격은 15개월간 평균 0.033%포인트 CPI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강수충격은 15개월 뒤 그 영향이 해소된 것과 달리 고온충격은 24개월이 지나도 압력이 유지됐다. 보고서 저자인 연정인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은 “그간의 선행연구가 극한 기상현상이나 자연재해 영향을 물가에 대한 일시적 교란 요인으로 평가한 것과 차별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100년경 일 최고기온이 42.2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고온충격에 따른 CPI 상승압력은 2031∼2050년 중 평균 0.37∼0.60%포인트, 2051~2100년 중 0.73~0.97%포인트로 2025∼2030년(0.32∼0.51%포인트)보다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 과장은 “이러한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농·축·수산업 등 기후 취약부문의 생산성 및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난 대응 인프라 등 기후 적응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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