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여야 중재 노력 돋보여
공통 공약 실현하며 신뢰 높여야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만남을 함께한 뒤 장 대표와 별도의 단독 회동을 가졌다. 장 대표 선출 2주일 만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서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적극적으로 만나겠다고 약속한 점은 성과다. 강성으로 평가되는 여야 대표가 처음으로 악수한 것도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민생협의체 구성은 장 대표가 제안하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화답하는 형식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정 대표에게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고 건의했고,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장 대표와 이 대통령의 비공개 단독 회동에서는 ‘정치 복원’ 얘기가 주로 오갔다고 한다. 장 대표가 청년고용대책과 같은 민생 정책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 대통령이 여야의 가교 역할을 맡아서 협치의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
쟁점 현안에선 아쉬움도 남겼다. 장 대표는 ‘3대 특검’ 연장 법안과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확답은 듣지 못했다. 특별재판부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위헌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굳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상황까지 몰아갈 필요가 없다. 여당의 전향적 양보가 필요하다.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 등도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회동의 협치 약속이 말의 성찬에 머물지 않게 된다.
이 대통령은 회동에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우리가 (내부적으로는) 다투며 경쟁하되, 우리 국민 혹은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미국 트럼프발 안보·통상 위기는 여야의 경계를 넘어선 생존과 국익의 문제다. 야당이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다. 개괄한다면 정치 복원의 희망을 보여준 첫 만남이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자주 만나면서 대통령과 여야 모두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민생경제협의체가 가동되면 여야가 대선 기간 약속한 공통공약부터 하나씩 실현해나가면서 협치의 범위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상대를 비방하는 일부터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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