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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대법관 26명’ 산정 경위가 더 궁금하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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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8 15:50:15 수정 : 2025-09-08 15:50:15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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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 방송사가 ‘대법관 14명에서 26명으로’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해당 기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최근 지도부에 법원 개혁안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반응이 도무지 상식 밖이다. 그는 “당 지도부에 정식으로 보고되지도 않은 문건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해당 행위로 규정했다. 8일에는 “유출자가 밝혀지만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특별 감찰 조사까지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확정 발표되지 않은 검토안”이란 단서를 달았으니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대법정 모습. 현행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대법관 총 14명 가운데 법원행정처장을 겸하는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으로 구성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가 언론과 관련해 ‘유출’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확정을 전제로 한다. 조직 내부에서 이미 의사 결정이 내려져 대외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특정 신문사 또는 방송사가 이를 입수해 다른 매체보다 먼저 보도했을 때 유출이 성립한다. 그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것은 진작 정해진 방침인가. 앞서 소개했듯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논의 중으로 확정 발표되지 않은 검토안”이라는 입장이다. 검토 중인 여러 안들 가운데 한두 건을 언론에서 파악해 보도한 것이 유출이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는 사법부나 정치권을 취재하는 기자들로 하여금 ‘아, 26명이 정확한 숫자이구나’ 하는 심증만 더욱 굳히게 할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보도 직후 “검토 중인 여러 방안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아직 당정대 간에 의견 일치가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대응했으면 될 일이다.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이나 관료가 대중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아직 설익은 정책 방향이나 내용 일부를 언론에 슬쩍 흘리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정 대표는 한 나라 최고 사법기관 구성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을 당정대 대표만 ‘밀실’에 모여 군사 작전 짜듯 몰래 결정한 뒤 적당한 시기에 일방적으로 선포할 작정이었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26명이 엉터리 숫자라면 지금이라도 ‘오보’라고 선언하고 절차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왜 20명도, 30명도 아니고 꼭 26명이 필요한지 논리적 이유를 제시한 뒤 국민과 법원을 설득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인구가 1억2000만명이 넘어 한국의 두 배에 가깝다. 일본 최고재판소(우리 대법원 해당) 판사는 15명뿐인데 왜 우리는 26명씩이나 두어야 하나. 한국인은 법원 소송을 유난히 즐기고 애용하는 민족인가. 민주당은 ‘26’이란 숫자의 공개에 분통을 터뜨리며 유출자 색출 운운할 게 아니라 26이란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렇게 산정한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소상히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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