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군사작전 하듯 헬리콥터·군용차 등 동원… “전쟁터 방불” [美, 한국인 구금 사태]

입력 : 2025-09-07 19:09:04 수정 : 2025-09-07 22:53:53
포크스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美 이민세관단속국 영상 공개

HSI·DEA·조지아주 순찰대등 작전
사회보장번호 등 일일이 확인 거쳐
문제 없으면 종이 약식 허가증 써줘

한인들 구금된 조지아주 교정시설
국토안보부서 열악한 환경 지적도

외교부 “석방때까지 불편 최소화
미국내 다른 기업 체류현장 점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공개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4일(현지시간) 단속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ICE뿐만 아니라 국토안보수사국(HSI),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 합동 작전을 펼친 미 당국 관계자들이 한국인 직원들의 팔과 다리를 쇠사슬로 결박하고 몸을 만지며 수색하는 모습도 보였다.

 

6일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ICE가 운영하는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에는 종일 한국 정부 영사 관계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이곳은 ICE가 체포한 외국인의 체류 신분과 혐의 등을 조사하고 추방을 비롯한 처리 방침을 결정할 때까지 두는 장소로 4일 미 당국의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으로 체포된 직원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곳이다.

쇠사슬 결박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실시한 긴급 단속 과정에서 ICE 요원이 체포된 공장 직원의 다리와 허리를 쇠사슬로 묶고 있다.
ICE 제공

이들이 체포될 당시의 상황은 전날 ICE가 홈페이지에 보도자료와 함께 공개한 2분 34초 분량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헬리콥터, 군용 차량과 다수의 차량이 현장을 급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니폼을 입은 마약단속국 요원 10여명이 양손 결박용으로 추정되는 끈 뭉치를 지닌 채로 건물 밖에서 대기했으며 현장 직원들은 단속 요원 지시에 따라 외부로 이동했다. 직원들의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려졌지만 일부 직원의 근무복 조끼에는 DSK 메카닉, HL-GA 배터리 회사, LG CNS 등 소속 회사명으로 추정되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단속 요원들은 현장 직원들을 만지며 몸을 꼼꼼히 수색했다. 라틴계로 추정되는 직원 일부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부지 내 연못에 들어갔다가 요원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요원들은 버스에 양손을 짚은 현장 직원들의 양손과 다리를 쇠사슬로 묶었다.

 

단속 당시 배터리 제조 공장 건설 현장에 있던 한 직원은 미 CNN 방송에 연방 요원들이 마치 “전쟁터(war zone)인 것처럼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이민 단속원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숨었던 환기구 안이 너무 더웠다는 직원의 증언도 있었다. 단속 요원들은 직원들의 사회보장번호, 생년월일, 기타 신분 정보 등을 일일이 캐물은 뒤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에게만 종이에 약식 허가증을 써줬다고 한다. 직원들은 이 허가증을 건설 현장 입구에서 다른 이민 단속반원들에게 제시한 뒤에야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체포된 이들은 손과 발에 쇠사슬을 감아 움직임이 제약된 상태에서 버스에 탑승해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LG엔솔 공장 건설 현장이 있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라벨에서 이곳까지는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거리다. 구금자들은 수갑은 차지 않고 있지만, 수용 시설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은 2021년 국토안보부(DHS) 감사실의 불시 검사에서 환기시스템의 곰팡이, 작동하지 않는 변기 등으로 열악한 환경을 지적받은 바 있다.

곰팡이 핀 샤워장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대부분이 수감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ICE 시설 샤워장 모습.
미 국토안보부 제공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은 구금된 100여 명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국, 미국 정부 간 석방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현장대책반은 구금된 한국인들이 석방 때까지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시설 운영 담당자를 면담한 조 총영사는 취재진을 만나 “우리 국민이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 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오늘 확인된 분도 있고 안 된 분도 있는데 모든 분이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구금된 한국인들이 해당 시설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면 구금 시설 측과 즉각 협의해 문제를 시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장대책반은 7일 수감자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 외교부는 “단속 이후 한·미 양국은 서울, 워싱턴, 애틀랜타 현지에서 각급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했다”며 “영사면담을 실시하면서 구금된 우리 국민에게 불편사항은 없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있고, (석방될 때까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내 다른 재외공관을 통해 우리 기업 근로자의 체류 현황을 점검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크스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오피니언

포토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카리나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