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로 300여명 체포
강훈식 “행정절차만 남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미국 조지아주 한국 공장의 한국인 구금사건과 관련해 “정부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이 한마음으로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다만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이날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국민 여러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명을 체포한 지 이틀 만이다.

ICE 제공
정부는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기업 등과 공조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체류 지위와 비자 체계를 점검·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강 실장은 “정부는 피구금 국민들의 신속한 석방과 해당 프로젝트의 안정적 이행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대책을 실천력 있게 담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이날까지 조현 외교부 장관 등으로부터 수시로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6일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며 “주미 대사관과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조 장관이 전한 바 있다. 조 장관은 8일 미국으로 출국해 한국인 석방 문제의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한 미측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화기 단속국(ATF)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 부지에 출동해 현장 근무자 전원에 대한 체류 신분 조사를 벌인 뒤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다수는 현재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ICE가 운영하는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D. Ray James Correction Facility)에 구금돼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과 질의응답 중 관련 질문을 받고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체포작전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가운데 벌어져서 파장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현대·LG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대미 투자 추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지만, 이번 단속은 투자에 나설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양국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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