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거대기술) 수장들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극찬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오픈AI 샘 올트먼 CEO,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CEO, MS 창업자 빌 게이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프라 카츠 오라클 CEO, 리사 수 AMD CEO 등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서 “우리는 여러분들이 (AI 구동을 위해 쓰는) 전력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여러분들을 위해 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기업 대표들에게 투자 계획을 말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목 받은 사람은 저커버그 메타 CEO였다. 저커버그 CEO가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인프라를 구축해 차세대 혁신을 이끌” 투자를 할 것이라며 “2028년까지 최소 6000억달러(약 84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금액”이라며 흡족해했다. 지난달 미국 내 제조업에 6000억달러 투자를 이미 약속한 쿡 애플 CEO는 “우리가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수입 관세가 곧 예정돼 있지만 애플은 미국 내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에 예외를 적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처럼 친기업적이고 혁신을 중시하는 대통령”이라며 “이는 매우 신선한 변화다. 앞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긴 시기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당신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실리콘밸리는 대체로 친민주당 성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빅테크 기업가들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뒤 취임식에서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의회를 장악하기 위해 만찬에 모인 기업가들에게 다시 정치자금 후원을 요청할 것으로 봤다.
기술업계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이 필요하다. 미 매체 액시오스는 “만찬은 기술업계 리더들이 AI에 대해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길 요구하는 가운데 열렸다”며 “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인 앤드루 퍼거슨은 빅테크에 대한 강경한 비판자”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규제 기관인 FTC 위원장으로 임명한 퍼거슨은 보수 법조인으로서 표현의 자유, 독점 금지 등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최근 관계가 틀어진 머스크 CEO는 이날 참석하지 않았는데, X(엑스)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대리인이 자신 대신 만찬장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백악관 만찬에 초청받았지만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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