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며칠 앞두고 미국과 대만의 국방부 당국자들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비밀리에 회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양측이 지난주에 회댐을 개최했으며 미국에서는 제드 로열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국방부 차관보 직무대행이, 대만에서는 쉬쓰치엔 당시 국가안전회의(NSC) 부비서장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6월 미국과 대만은 국방 분야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취소한 바있다. 당시에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차관과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이 워싱턴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 등을 이유로 들며 회담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관련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대만의 현직 장관급 인사가 최초로 워싱턴을 방문하는 경우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국 측이 우려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측이 이번 비밀 회담 장소를 알래스카로 정한 것은 회담에 대한 외부의 관심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아만다 샤오 유라시아그룹 중국국장은 FT에 “트럼프 정부는 대만을 안심시키면서도, 중국과의 무역 합의와 정상회담 가능성을 유지하는 두 어려운 과제를 해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대만과 장관급 회담을 진행했다면 중국의 저항이 더욱 거셌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싱크탱크 독일마샬기금의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미국-대만 국방 회담의 급을 낮췄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에 방해가 될 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각료들에게 지시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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