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가 그제 국회에 제출한 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9.1%인 국가채무 비율은 2065년에는 156.3%(가장 중립적인 기준 시나리오)까지 치솟을 것으로 나타났다. 40년 후 나랏빚이 한 해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부가가치를 더한 것보다 1.5배 정도 된다는 얘기다. 늦기 전에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빚이 무분별하게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서 기재부는 2026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해 2029년 58.0%까지 줄곧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그 비율은 2035년 71.5%에 이어 2045년에는 GDP 규모와 맞먹는 97.4%, 2055년 126.3%로 거침없이 우상향한다.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에서 재정준칙으로 제시한 60% 이하로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재부는 “향후 40년간 현행 제도와 정책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기계적으로 추계했다”며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을 시 재정 위험을 알리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기초연금이 확대되고 사회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복지에 들어가는 재정 지원을 줄이기는 갈수록 힘든 형편이다. 이대로라면 세수는 구조적인 저성장 추세에 발목이 잡혀 결국 국가재정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울한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주요 공적연금·사회보험은 40년 내 순차적으로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의 여세를 몰아 이제는 기초·퇴직·직역·개인연금까지 연금 전반을 손질하는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확장재정을 고집한다. 적극적인 재정운용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세수 기반을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을 정착시킨다는 선순환 구조를 들고 나왔다. 성장 부진은 과감한 규제 완화를 포함한 구조개혁을 발판으로 삼아야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성장 전략으로 향후 5년간 재정 6조원을 투자해 우수한 제조역량 데이터를 활용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선도국가’ 도약을 제시했지만,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로 미뤄보면 이런 경제체질 혁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주요 산업의 AI 대전환을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해선 교육에서도 국가개조 수준의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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