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강세 지역 포기… ‘집토끼 잡기’ 전략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 강세 지역에 있는 핵심 군사 시설을 여당인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취해진 조치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미 정가에선 오는 2026년 11월로 예정된 연방의회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견인하려는 일종의 사전 선거운동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우주사령부(U.S. Space Command) 본부의 이전을 발표했다. 우주사령부는 미군을 구성하는 11개 통합전투사령부(Unified Combatant Command) 가운데 하나로 휘하에 편성된 육·해·공군 부대를 총괄 지휘한다. 우주사령부 외에 전략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수송사령부, 사이버사령부(이상 기능사)와 인도태평양사령부, 유럽사령부, 북부사령부, 남부사령부, 중부사령부, 아프리카사령부(이상 지역사)가 통합전투사령부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현재 콜로라도주(州) 피터슨 우주기지에 있는 우주사령부 본부를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옮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헤그세스를 비롯한 연방정부 관계자들이 그간 우주사령부 이전의 현실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헤그세스는 우주사령부가 들어설 새 입지를 선정한 트럼프의 결정은 올바른 것이었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트럼프의 핵심 측근답게 그는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전쟁의 미래를 통제한다”며 “오늘 대통령님께서 하고 계신 일은 가장 중요한 영역인 우주에서 미국이 약진하고 또 경쟁국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아첨했다.
트럼프는 첫번째 대통령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도중인 2019년 8월 약 17년간 미군 편제에서 사라졌던 우주사령부를 재창설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공군에서 우주군을 분리시켜 육·해·공군 등과 대등한 독립 군종(軍種)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우주사령부 본부의 새 부지로 앨라배마주를 지목했다.
그런데 2020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은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며 전임 행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무효화했다. 그러면서 우주사령부 본부는 전처럼 콜로라도주에 계속 주둔하도록 했다. 바이든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미워하는 트럼프가 우주사령부와 관련해 바이든의 조치를 뒤엎고 자신의 고집을 관철할 것이란 예상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나돌았다.

일각에선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이날 트럼프는 “우주사령부의 이전으로 앨라배마주에 3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천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 유권자들을 상대로 대놓고 선거운동을 한 셈이다. 앨라배마주는 주지사부터 주의회 상·하원 다수당까지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대표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현재 앨라배마주에 배정된 연방의회 하원의원 7석 가운데 공화당이 5석, 민주당이 2석인데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내년 중간 선거에선 7석 모두 공화당이 석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콜로라도주는 주지사부터 주의회 상·하원 다수당까지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압승했다. 트럼프 입장에선 ‘콜로라도 주민들은 어차피 공화당 후보에겐 표를 주지 않을 테니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릴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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