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구속기소)씨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을 선물 받은 뒤, 전 통일교 인사에게 연락해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의 김씨 공소장을 보면 김씨는 2022년 7월1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해 샤넬백 제공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앞서 구속기소된 윤 전 본부장은 마찬가지로 구속된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2022년 4∼7월 김씨 선물용으로 각각 802만원과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건넸다.

전씨는 그해 4월7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운영 카페에서 윤 전 본부장에게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과 천수삼 농축차를 전달받았고, 김씨는 그 무렵 전씨에게 윤씨의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해당 금품을 건네받았다고 특검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어 전씨는 같은 달 23일 김씨에게 ‘비밀리에 통일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사흘 뒤 김씨에게 ‘유엔(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청탁 관련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그로부터 3달 뒤에는 1271만원 상당 샤넬백 전달이 이뤄졌다. 윤 전 본부장은 7월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씨를 만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지원 등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통일교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에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 예산, 인사를 지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샤넬백 등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런 청탁과 함께 샤넬백을 받은 뒤 윤 전 본부장에게 감사 전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7월24일 윤 전 본부장에게 재차 ‘김씨에게 고가 금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고선 “제공하는 금품을 언제든지 김씨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5일 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전씨에게 “통일교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인 ‘서밋 2022&리더십 콘퍼런스’에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그라프 목걸이를 전달했고, 이 목걸이는 김씨에게 전달됐다.

특검은 이 같은 김씨의 건진법사 청탁 의혹 관련 구체적 범죄사실과 함께 김씨의 신분을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국정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김씨가 특검에 처음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기 전 포토라인에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칭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표현이다. 당시 김씨의 해당 표현을 두고 공직자가 아닌 영부인으로서 뇌물죄 등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검은 일단 김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혐의를 포함해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총재에게 김씨 선물에 대한 승인을 받은 뒤 선물을 구입해 전달했다고 보고 이런 내용 역시 공소장에 담았다. 통일교는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 행위일뿐, 교단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한학자 총재는 지난달 31일 통일교 예배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어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공소장에 김씨와 건진법사 전씨, 통일교 측이 관계를 유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시했다. 윤 전 본부장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통해 윤 전 대통령과 통일교 간 창구를 만들었으나, 이후 김씨를 통해 교단 현안을 청탁할 루트를 만들고자 명품 가방 등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통일교 차원의 조직적 지원이 이뤄졌고, 당선 후에는 김씨와 통일교 간 유착 관계가 심화했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엔 “김씨와 전씨는 20대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통일교의 도움이 매우 컸으므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전씨가 김씨를 대신해 통일교와 접촉해 그와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김씨는 윤 전 대통령 당선 후인 2022년 3월30일 윤 전 본부장과 통화에서 “(통일교가)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께 인사드리겠다, 앞으로 건진법사와 의견 나눠 달라, 많이 도와달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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