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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화난 트럼프 "미국 피에 답해"…美中 역사전쟁 기세

입력 : 2025-09-03 13:51:42 수정 : 2025-09-03 13: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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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승절 계기로 역사 재해석 열풍 속 미국에서 거친 '반감'
中 대만 흡수통일·남중국해 확장 명분용 역사 수정에 경계심

미국과 중국이 역사 전쟁을 할 기세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제2차 세계대전을 사실상 재해석하고 나선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이 진행되던 3일 오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시 주석의 역사 인식을 공격했다.

중국이 외국 침략자에 맞서 자유를 확보하는 걸 도울 목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제공한 막대한 양의 지원과 '피'"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답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이 죽었다"며 "나는 그들이 그들의 용기와 희생 덕분에 정당하게 예우받고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중국명 '비호대<飛虎隊>')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플라잉 타이거는 미국이 제2차대전 참전에 앞서 당시 중화민국을 지원할 목적으로 1941년∼1942년 비밀리에 파견한 부대로, 이들 군 조종사는 민간인 신분으로 바꾸고 자원 의용군 형태로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의 항일전을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군국주의 일본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중국 전장(戰場)에서도 미군이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군을 도왔으며 그걸 통해 결국 일본이 패망해 오늘날의 중국이 존재하는데도, 시 주석이 그런 사실을 외면하고 다른 주장을 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해 시 주석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현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얘기하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으로 걸어오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항할 공모를 하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 것이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개인적 친밀감을 쌓았다고 여기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드러내놓고 '친중 행보'를 하면서 반미 행렬에 가세한 데 대한 서운함이 묻어난다.

외교가에선 SCO 톈진 정상회의와 전승절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북한은 물론 인도까지 가세해 '반(反)미·반(反)서방' 목소리가 커지자 미국에서 그에 대한 반작용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SCO 톈진 정상회의를 겨냥해 "보여주기 행사"라고 일축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주요 구매국인 중국과 인도에 대해선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연료를 공급하는 악당"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에선 시 주석과 당국 주도로 역사 재해석 열풍이 거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장에서와는 달리 중국 전장에선 공산당군이 주축이었다는 것이 역사 재해석 주장의 핵심이다. 2차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시작된 항일전쟁에서 일본에 맞선 것이 공산당군이었다는 것이다.

'국공합작'이 있기도 했지만, 규모로 볼 때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군보다는 장제스의 국민당군이 중일전쟁의 주역이었다는 그동안의 대체적인 인식을 작금의 중국 당국이 바꾸려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미국 등 서방 위주로 기술된 2차 대전 전쟁사와 전후 국제질서 확립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군과 중국의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를 두고 중국 안팎에선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제2의 대국으로서의 중국을 자리매김하고 현재 분쟁 대상지인 남중국해와 대만 등에서 중국의 입지를 확장하려는 심모원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역사 재해석이 일본의 패망이 공식화한 1951년 미국 주도의 샌프란시스코 조약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후 대만을 중국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한 카이로선언과 포츠담 선언만을 인정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역사 재해석이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 정당성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을 4개월 앞뒀던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관람한 걸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아시아와 유럽에서 벌어진 주요 전쟁의 무대였다. 두 나라는 일본 군국주의와 독일 나치즘에 대한 저항의 주력이었고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에 중추적 공헌을 했다"고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시 주석은 아울러 항일전쟁 기간을 8년에서 14년으로 늘리는 데 앞장섰다.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1937년)을 항일전쟁 기점으로 삼아 1945년 일본 패망까지 '8년 전쟁'으로 공식화됐던 걸 2017년부터 류탸오후(柳條湖) 사건으로 촉발된 만주사변(1931년) 기점의 '14년 전쟁'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런 내용을 초·중·고교생의 교과서에 수록했고 역사서도 수정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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