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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맞습니까”… 美 수도에서 쓰레기 수거하는 州방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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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3 07:01:33 수정 : 2025-09-03 07:01:32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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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워싱턴에 투입한 州방위군
범죄 근절하고 치안 확립한다더니…
환경 미화, 환자 이송 등 역할에 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명으로 수도 워싱턴의 치안 확립을 위해 주(州)방위군이 투입된 지 어느덧 3주일이 넘었다. 백악관이 명분으로 내세운 범죄 소탕과 관련해 주방위군이 그간 무슨 실적을 얼마나 올렸는지는 베일 뒤에 가려져 있다. 대신 쓰레기 수거 같은 환경 미화나 응급 환자 이송 등 대민 지원 활동에 열심인 주방위군 장병들을 지켜보는 주민들 사이에선 ‘저게 굳이 군인들이 해야 할 일인가’라는 의구심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25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관 인근 시냇가에서 주방위군 병사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의 활약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현재 워싱턴에는 자체 주방위군 800여명은 물론 수도 인근 6개주에서 동원된 주방위군까지 포함해 2300명가량이 투입된 상태다.

 

육군과 공군으로 편성되는 주방위군은 우리 식으로 따지면 정규군이 아니고 예비군에 가깝다. 평상시에는 주정부가 관할하지만 대통령이 ‘비상 사태’라고 판단하면 지휘권이 연방정부로 넘어 간다. 앞서 지난 8월11일 트럼프는 워싱턴 일원에 ‘범죄 비상 사태’(crime emergency)를 선포함과 동시에 국방부에 주방위군 동원 및 투입을 명령했다.

 

국방부 입장에선 대통령의 특명으로 시작된 ‘범죄와의 전쟁’에서 주방위군이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날 국방부가 소개한 주방위군의 그간 활동 내용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 주방위군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우리 부대원들은 워싱턴 전역의 환경 미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시내 공원 일대에서 40개 이상의 쓰레기 봉투와 몇 개의 오래된 자동차 타이어 등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 목표는 환경을 아름답게 가꿔 지역 사회를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25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관 인근 시냇가에서 주방위군 병사들이 특수 차량까지 동원한 가운데 환경 미화 작업을 하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또 다른 주방위군 병사는 열차에 치어 크게 다친 남성을 위해 응급 의료 기관에 신고를 하는 한편 앰뷸런스가 도착할 때까지 현장을 안전하게 지킨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인근 주민들이 당황한 가운데 우리는 환자가 가급적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주방위군 병사들이 지하철역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괴한에 맞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출동한 경찰관과 힘을 합쳐 용의자를 제압했다는 ‘미담’ 정도만이 눈에 띌 정도다.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 장병 대다수는 시내에 주거지가 없는 만큼 호텔에 투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사 2300명을 위해 하루 9200끼의 영양가 높은 식사(아침·점심·저녁·야식)를 차려 제공하는 등 지원 요원들도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하지만 범죄를 근절한다며 동원한 주방위군에게 환경 미화나 환자 이송 등을 맡기는 것은 인력 낭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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