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 수상엔 실패
미국 할리우드 스타인 케빈 코스트너 감독 및 주연의 영화 ‘늑대와 춤을’(1990)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캐나다 배우 그레이엄 그린이 73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별세했다.

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그린의 매니저는 캐나다 언론사에 보낸 성명에서 “빛나는 경력의 전설적인 캐나다 배우 그레이엄 그린이 전날(1일) 온타리오주(州) 토론토에서 평화롭게 타계한 사실을 깊은 슬픔에 잠긴 채 알린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캐나다 매체들은 그린이 자연사(natural causes)를 했다고 보도해 사고사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린은 캐나다가 법적으로 아직 영국 자치령 지위이던 1952년 6월 온타리오주에서 북미 원주민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토목 기술자, 철강 노동자, 록밴드 구성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그는 1970년대 영국으로 건너가 연극 무대에 서면서 비로소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훗날 이름이 알려진 뒤 캐나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린은 “연극이 내게 연기의 기반을 제공했다”며 “처음부터 영화에 출연했다면 나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작 ‘늑대와 춤을’에 출연한 것은 그린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영화에서 그는 미국 서부에 거주하는 원주민 수(Sioux) 족의 현자인 ‘발로 차는 새’(Kicking Bird)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중 ‘발로 치는 새’는 미 육군 존 던바 중위(케빈 코스트너)가 수 족의 일원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조력을 제공한다. 일찌감치 가족을 잃고 어려서부터 수 족에 의존해 살아온 백인 여성 크리스틴(메리 맥도널)이 던바와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 영화가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도 모두 큰 성공을 거두며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늑대와 춤을’ 이후에도 ‘다이하드 3’(1995), ‘그린마일’(2000), ‘트와일라잇: 뉴문’(2009), ‘언내추럴’(2015), ‘윈드리버’(2017), ‘울프 앤 라이언: 위대한 우정’(2021) 등 여러 작품에 주연, 조연 또는 단역으로 등장하며 왕성히 활동했다. 그는 2004년 캐나다 영화·텔레비전 아카데미에서 ‘얼 그레이(Earle Grey)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캐나다에서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훈장 가운데 두 번째로 훈격이 높은 ‘캐나다 훈장’(Order of Canada)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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