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명단 공개 기준도 대폭 완화
반의사불벌죄 폐지 방안도 검토
하반기 2만7000곳 대상 근로감독
임금체불액이 사상 최고액을 찍은 가운데 정부가 법정형 상향 등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내놨다. 하반기 근로감독도 대폭 확대해 지난해 기준 81.7%인 청산율(체불 발생액 대비 청산액)을 올해 87%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임금체불은 지난해 처음 2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 증가한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일단 각종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양형기준으로는 최대 징역형이 2년6개월에 그친다. 노동부는 하반기 중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징역형을 5년 이하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무부와 협의를 마쳤고, 법정형을 상향하면 양형도 같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제재 수위도 높인다. 다음 달 23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돼 제재가 강화되는데 대상 요건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체불행위에 따른 명단공개 사업주 대상이 현행 ‘3년 이내 2회 이상’인데 향후 ‘1회 이상’으로 개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명단에 오르면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불법성에 비례해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병행할 것”이라며 “필요시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 것) 폐지를 포함해 더욱 강력한 방안까지도 유관부처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금체불을 양산하는 구조적 요인은 개선한다.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업종에 한해 도급비용에서 임금 비용을 구분해 지급하도록 법제화한다.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방안도 추진한다. 노동부는 건설, 조선 업종부터 우선 추진하고, 향후 적용 업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하반기 근로감독을 기존에 예정했던 물량(1만5000개소)에서 늘려 2만70000개소를 대상으로 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감독도 나선다. 지자체 합동 감독은 그간 추진하지 않은 첫 시도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청산율을 높이고, 내년에는 체불 감소로 전환 계기를 마련한다. 2030년에는 연간 임금체불액을 1조원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민주노총은 일단 대책은 환영하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목표부터 체불액 절반 감축이 아닌 ‘zero(0)’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반의사불벌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며 “명단공개 사업주가 재차 체불할 경우에만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적용되는 현행 개정안은 여전히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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