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휴대전화 악성 앱 설치
대포폰에 정보 넣어 무선 결제
명의 대여자 모아 단말기 개설
32명 적발 2명 구속… 총책 추적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탈취해 무선 결제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실물카드를 도용한 기존 사기 범죄와 달리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신종 수법이 쓰였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1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60대 한국인 여성 A씨 등 4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하고, 가맹점 개설에 명의를 빌려준 50대 B씨 등 28명을 여신전문금융업법(명의대여)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올 4∼5월 순차적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국적 60대 남성 총책은 국제 공조로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포폰에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NFC 결제로 허위 매출 30억원을 만들었다. 경찰은 총책이 연관된 피싱 조직이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피싱 범죄)으로 피해자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사용한 앱을 금융보안원이 분석한 결과 설치 시 휴대전화에 등록된 신용카드 결제 정보가 유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 매출을 일으키는 데는 가짜 가맹점주를 통해 모은 결제 단말기가 쓰였다. 모집책 4명은 지인과 가족, ‘고액 알바’ 모집 광고 등을 통해 명의 대여자를 모았다. 범죄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제공받기로 약속한 명의 대여자는 부동산업, 전자상거래 등 업종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이를 통해 개설한 카드 단말기 여러 대가 중국으로 밀반출됐다.
경찰은 ‘이상 거래 흐름이 파악됐다’는 국내 카드사 제보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부당 거래 7만7341건이 확인됐다. 국내 카드 3사는 결제 대금 선지급 구조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해외 신용카드를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국내 카드사가 5일 이내에 선지급해야 한다.
명의 대여자의 경우 카드 매출의 16∼18%씩 수수료로 지급받았고 모집책은 20∼40%를 챙기는 식으로 범죄 수익을 배분했다. 나머지는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 형태로 총책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경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외국인이었지만, 경찰은 NFC 결제 방식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내 카드 사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김성호 국제범죄수사1계장은 “NFC 결제 방식이 보편화하면서 카드 정보 도용 사기 피해가 늘었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앱을 설치하지 않아야 하고 NFC 기능이 켜져 있으면 악의적인 접근에 노출될 수 있으니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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