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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절반이 금고 이자수입 연 1%대 불과

입력 : 2025-09-02 19:55:36 수정 : 2025-09-02 23:11:02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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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11조 맡겨 평균 이자수입 1.62%
기준금리에도 못 미쳐… 1% 미만 25곳
李대통령 “전수조사해 공개하라” 지시
약정금리 등 미공개… 정부 지표도 부실
“공적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운영” 지적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시중은행에 지방세 등 연 111조원을 맡기고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평균 1%대의 이자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은행과 시금고 계약을 맺을 때 약정금리 등 관련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 데다 금고 관리를 평가하는 정부 지표도 부실해 공적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일 국가 예산 감시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절반에 달하는 123곳이 시금고 예치금에서 얻은 이자수입이 연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률 2%대는 88개, 3∼4%대는 7개에 그쳤다. 수익률이 1% 미만인 지자체도 25곳이나 있었다. 당시 기준금리는 3.50%다.

 

전국 지자체가 1년 동안 금고에 유치했던 평균 잔액은 110조9603억원, 여기서 거둔 이자수입은 1조7978억원으로 ‘금리’라고 볼 수 있는 평잔 대비 이자수입 비율은 1.62%에 그쳤다. 이는 지자체별 재무제표와 지방재정연감을 바탕으로 역산한 추정치로, 2024년 연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금고 선정과 이율을 전수조사해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지자체 금고를 맡는 금융기관은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 민간전문가, 관계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금고지정심의위원회’가 예금 금리, 주민 편의성, 협력사업비 등을 기반으로 점수를 매겨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한다. 예규에 따라 총점과 순위는 발표하지만, 구체적인 금리 등은 비공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항목별 점수상 출연금과 금리는 평가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 “선정된 은행의 경우 오랫동안 구 금고를 맡아 업무이해도가 높은 점 등이 심의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입찰 시 이러한 정보가 모두 공개되면 출혈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나라살림연구소가 추정한 이자율은 기금 이자수익이 잡히지 않아 왜곡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연구소에서 제시한 데이터는 추정치라 한계가 있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지자체 금고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행안부 산하기관인 지방세연구원에서 이자수입 실적을 평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올해 1월 발표한 2023회계연도 종합보고서는 세외수입 중 이자수익 비율을 ‘이자수입 확보 노력도’로 두고 “전년(2022년) 대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세외수입 발굴을 열심히 한 지자체는 모수가 커져 노력도가 낮게 평가될 뿐 아니라, 기준금리가 2022년 1.25%에서 2023년 3.5%로 급등한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 2018년 같은 보고서에선 평잔 대비 이자수입 비율을 계산해 실질적인 금리를 구했던 것과도 상반된다. 지방세연구원 관계자는 “이자수입 확보 노력도는 적절성 등이 지적돼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체 지표도 없어 올해 발표할 2024회계연도 보고서에는 2021·2022년에 이어 이자수입을 평가하는 지표가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연구원은 “지자체 재정에 대해 굉장히 많은 성과 분석이 이뤄지지만, 정작 실상에 대해 평가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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