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SCO서 각국 정상과 잇단 회담
美 우선주의 불만 구심점으로 결속 강화
‘다자 무역체계 수호’ 톈진선언도 채택
印 일정부분 동참 움직임에 트럼프 불만
가을 인도서 열릴 쿼드 참석 계획 철회
결국 불참 땐 印太전략 큰 파장 불보듯
‘톈진에서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중국 외교의 슈퍼위크가 반서방 연대의 본격화로 이어질까.’
3일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근본적 관심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외에 권위주의 국가 정상 다수를 중국으로 불러 모았다. 톈진에서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이은 베이징에서의 전승절 열병식은 관세 등을 무기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시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구심점으로 결속을 강화하는 거대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SCO 개막 이후 톈진 영빈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했다. SCO의 또다른 축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는 비공식 대화를 가졌다.
3일 예정된 전승절 열병식에는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과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 중국이 자랑하는 최신예 무기의 행진을 바라본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일본은 물론 서태평양 미국령 괌이나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으로 하는 둥펑(東風·DF) 계열 미사일들을 대거 공개하며 전력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세 정상의 공식회담이 열릴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에서 이번에 열리는 빅이벤트를 연결하는 핵심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시 주석은 1일 SCO 정상회의 연설에서 “냉전적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 괴롭힘 행동에 반대해야 한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시스템과 세계무역기구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CO에 참석한 20여 명의 국가원수와 10여 명의 국제기구 수장은 이날 ‘톈진선언’을 채택했다. SCO 회원국들은 선언문에서 회원국인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을 규탄하고,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또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테러 대응에 있어서 이중잣대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인공지능(AI) 관련 보안 위험 예방을 위한 협력, 통신 기술의 군사화 반대, 마약 밀수와의 싸움을 위한 협력 등에 의견을 모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SCO 정상회의에 대한 의미를 분석한 보도에서 세계질서를 흔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각종 정책 등을 계기로 SCO 회원국 간 결속력이 강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엇갈리는 국익 속에서 분열돼 있던 국가들이 ‘반(反)트럼프’ 정서를 공유하며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가 이런 움직임에 일정 부분 동참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인도가 회원국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에서는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시 주석은 SCO를 계기로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를 만나 “용과 코끼리의 협력을 실현하는 것이 양국의 정확한 선택”이라며 갈등 해소를 희망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중국은 적대국이 아닌 동반자로, 의견 차이보다 공감대가 훨씬 크다”고 화답했다.
이런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인도에서 열릴 예정인 쿼드 정상회의 참석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모디 총리에게 쿼드 정상회의 참석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쿼드 정상회의에 불참한다면 미국·인도 간 균열이 한층 더 깊어질 뿐 아니라 서방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