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많이 힘들었죠? 그 힘든 이야기 저한테 다 하세요. 제가 다 들어드릴게요. 그러니 제 손부터 잡으세요.”
2년차 소방관이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길에 다리 난간에 서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여성을 발견하고 설득해 구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23분. 이날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2년차 소방대원인 경남 창원소방본부 마산소방서 소속 이보검(29·사진) 소방사의 눈에 수상한 장면이 포착됐다.
창원시 성산구와 마산합포구를 잇는 마창대교 도로 가장자리에 비상등을 켠 차가 정차해 있었던 것.
원래 이곳은 차량 정차가 금지돼 있다. ‘설마’하는 마음에 이 소방사도 급히 차를 세운 뒤 주변을 살펴봤다.
이 소방사의 직감이 들어맞았다. 다리 난간 위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마창대교는 난간과 해수면 사이 높이가 최대 70여m인 곳이다.
2008년 개통한 후 이곳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아 한때는 ‘XX대교’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이에 마창대교 운영사는 1.7㎞ 도로 구간 양방향에 원통형 회전 난간을 설치하고, 다리 난간도 높였다.
그런데 이 여성은 도로 쪽 난간을 넘어 반대편 난간에 서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소방사는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오늘 하루 많이 힘들었죠?”라며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그 힘든 이야기 저한테 다 하세요. 제가 다 들어드릴게요”라고 여성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울고 있던 여성은 이 소방사가 건넨 손을 처음에는 뿌리쳤다.
이 소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이 여성에게 말을 건넸다.
이 모습을 본 시민들도 가던 차를 세우고 하나둘씩 모여 이 소방사를 도왔다.
시민들도 “우리도 힘들다. 그렇지만 참고 살고 있지 않느냐. 그렇게 살고 있다”며 여성을 설득했다.
그렇게 숨 가빴던 10분의 시간이 흐르자 이 여성은 자신을 향해 뻗은 이 소방사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시민들도 이 여성의 다른 손과 다리를 잡고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이 여성을 안전하게 구조하면서 급박한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 소방사는 아버지도 창원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이었다고 한다.
그는 “소방관이셨던 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저도 아버지를 이어 소방관이 됐다”면서 “오로지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소방사는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소방관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다”며 “여성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장창문 마산소방서장은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이 소방사의 노력이 정말 값졌다”며 “앞으로도 소방관들의 현장 대응과 위기 대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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