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물질 중 하나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내분비 교란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여름철 무더운 실내에 방치된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암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중 유통 생수의 약 80%가 미세 플라스틱과 미공개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이 암과 불임 등 여러 대사 질환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여름철 에어컨이 꺼진 차량과 같이 급격히 온도가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유해 성분이 더욱 빠르게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외부 온도 27도 날씨, 차량 내부는 50도까지 치솟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섭씨 약 27도인 날씨에서 자동차 내부 온도는 단 20분 만에 43도로 오르며, 40분 뒤에는 47도, 1시간 후에는 50도까지 상승한다.
중국 난징대 연구진은 플라스틱 생수병을 약 70도 고온 환경에 4주간 노출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병에서 독성 중금속인 안티몬과 비스페놀A(BPA)가 물로 녹아드는 것을 확인했다.
안티몬에 장기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럼증, 구토, 복통, 수면 부족 등이 발생하며, 더 오래 노출될 경우 폐 염증과 위궤양까지 유발될 수 있다.
비스페놀A(BPA)는 암, 불임, 심혈관 질환, 조기 사망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징대 연구진은 이러한 이유로 플라스틱 생수는 따뜻한 환경에서 보관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 연구진 또한 플라스틱 생수병이 섭씨 약 37도에서 가열될 경우 미세입자와 나노입자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대로 섭씨 약 4도의 냉장 보관군에서는 입자 방출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또 플라스틱병에는 프탈레이트라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체내 호르몬 합성을 방해하며 미국에서 매년 약 10만 건씩 발생하는 조기 사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는 프탈레이트가 발달, 생식, 뇌, 면역 기능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소비량 ‘세계 최고 수준’

한편, 한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이다.2022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8㎏에 달해 OECD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커피 소비량 증가도 플라스틱 사용 증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05잔으로 세계 평균인 152잔을 두 배 이상 크게 웃돈다. ‘테이크 아웃’ 커피 문화가 발달하면서 1회용 플라스틱 컵과 뚜껑 사용율도 급격히 늘었다.
커피 용기에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질은 폴리스티렌(polystyrene,PS)과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PP)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뚜껑 대부분에는 PS 마크가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PS는 성조숙증 등의 원인으로 알려진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가 2010년 전한 내용에 따르면, PS 재질 컵라면 용기를 고온에 노출한 결과 60도에서 독성물질인 스티렌이 용출됐고. 95도에서 그 양이 10배 이상 늘었다.
뜨거운 커피 온도가 90도가량이기 때문에 지속해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PS 재질은 일회용 식품을 보관하는 용기로도 많이 쓰이는데 장기간 보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보관할 땐 다른 용기에 옮겨 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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