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재범방지 교육 수료증 뚝딱
형사재판 피고인 겨냥 업체 기승
반성문 ‘자동 생성기’ 서비스까지
“1년간 1만여명 선처받아” 홍보도
법원, 형량 결정할 때 고려 요인
‘진정한 반성 실종’ 비판 목소리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헤어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대생 최모씨가 최근 대법원에 감형을 호소하며 장기기증서약서를 제출하자 ‘보여주기식 양형자료’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은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진지한 반성을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 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범죄자는 반성과 상관없이 돈 주고 산 양형자료로 감형을 받고, 업체들은 이를 돈벌이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심리교육센터’를 검색하자 양형자료를 만들어 준다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 업체의 사업자정보 등에 따르면 대부분이 단칸 사무실을 두고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한 업체였고, 심리상담을 한다고 하지만 전문자격증을 갖춘 직원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업체 두 곳이 같은 사업자 번호로 등록된 경우나 심지어 사업자 등록상 상호가 건설장비 공급업체인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상당수의 피고인들이 양형자료를 사들여 감형받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업체는 한 해 동안 1만1098명이 자신들이 만들어준 양형자료로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았다고 홍보했다. 다른 업체는 운영 이후 지금까지 약 1년간 2000∼3000명이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주로 음주범죄와 성범죄, 마약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최근 형사재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들을 겨냥한 ‘맞춤형 강의’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들 강의를 수강하면 해당 범죄 재범 방지를 위해 스스로 교육을 이수했다는 내용의 수료증을 발부하는 식이다.
강의 가격은 5만5000원부터 17만6000원까지 분포했다. 한 업체는 재범 방지 교육과 자기통제, 감정조절 훈련을 표방한 심리상담을 ‘묶음 상품’으로 할인해 판매했다. 또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에게 들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수료증은 우편물로 발송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또 다른 업체는 법원에 제출할 반성문과 교육 소감문을 만들어 주는 ‘자동생성기’ 서비스도 제공했다. 업체 측은 “자동생성기는 몇 가지 질문에 답변만 하면 내용을 다 써서 메일로 보내주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참고해 자필로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감형을 받는 데 효과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상담을 많이 진행했고 재판부 또는 검찰에서 심리상담 진행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일보는 사법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지난달 선고된 판결문 중 양형에 재범방지 관련 교육 이수를 고려했다고 판시한 20건을 분석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유형의 사건은 ‘도로교통법 위반’(45%)이었고, 그 뒤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10%) ‘특정범죄가중법 위반’(10%), ‘교통사고처리법 위반’(10%)이 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을 소지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스스로 성범죄 재범방지 교육을 이수하는 등 재범의 위험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며 선고유예의 이유 중 하나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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