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내내 관객들 뜨거운 관심
해외 주요 매체 “특유 풍자 절묘”
朴 “구상 20년 만에 작품으로 완성
고용 불안 등 사회 보편성에 집중”
24일 개봉… 트로피 거머쥘지 주목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약 8분30초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공적 첫발을 내디딘 이 영화에 해외 주요 매체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상영시간 2시간 19분 내내 관객들의 열기가 식지 않았고, 의외의 순간에 등장하는 유머 덕분에 상영 중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박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포옹하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함께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안정된 삶을 살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당한 후,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박 감독 특유의 유머와 아이러니, 날카로운 풍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박찬욱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단단한 자신감, 서사의 추진력이 돋보인다”며 “가족의 붕괴, 가장의 위기, 국가의 현주소를 그려낸 초상”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압도적 찬사를 받았고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듯, 올해는 ‘어쩔수가없다’가 그런 작품이 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자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라고 상찬했다. 미국 인디와이어는 “탁월하고, 잔혹하고,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본주의 풍자극”이라며 “이병헌의 유려한 연기는 박찬욱 감독의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톤을 지탱하는 핵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 작품은 박 감독이 20년 전부터 구상한 숙원 프로젝트다. 그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읽고 영화화를 결심한 지 20년,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과 각본을 공동 집필한 지 16년 만에 비로소 영화가 완성됐다.
박 감독은 29일 베네치아 현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제작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돈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영화화를 결심한 지 20년이 흐른 뒤에야 지금의 캐스팅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들 덕분에 투자가 이뤄져 원하는 수준의 예산이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쩔수가없다’에 20년을 매달린 이유는 “이야기의 보편성”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많은 사람이 고용 불안에 대한 공포를 안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날 상영 직전 레드카펫에 등장한 이병헌을 향해 현지 팬들은 “리”(LEE)를 외치며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병헌은 30일 베네치아에서 국내 언론과 만나 “베니스의 반응을 통해 K콘텐츠의 세계적 파급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 정서가 어둡고 서글픈 현실을 다룬 이야기인데, 의도치 않게 훅 들어오는 코미디 요소가 있는 영화”라며 “그런 점을 최대한 살려달라고 감독님이 주문하셨고, 너무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연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상영 직후 눈물을 보인 배우 손예진은 국내 언론과 만나 “해외 영화제는 처음인데 사랑하는 감독님, 동료들과 그 자리에 있는 게 너무 꿈만 같고 감동적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여부는 오는 6일 영화제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국내에서는 17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상영하며, 24일 정식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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