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범인이 하던 말’에서 시작된 파렴치한 살인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서는 인천중부경찰서 서춘원 전 경감, 인천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이기형 경위와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수사 일지를 펼쳤다. ‘축구 레전드’ 김남일도 함께했다.
KCSI는 “빌 게이츠처럼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범인의 말로 시작된 사건을 소개했다.
절도 신고 현장에서 형사들에게 한 시민이 다가와 믿기 힘든 제보를 했다. 지인이 정체 모를 독극물을 갖고 다니고 있고 가족이 연이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제보자가 언급한 24세 남성의 아버지는 몇 달 전 사망했고, 여동생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토사물과 피를 쏟은 채 발견됐지만 타살 정황이 뚜렷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수거한 휴지와 걸레에서도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오빠의 반대로 부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협의 이혼을 했지만, 부모님 중 한쪽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뢰서가 위조됐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수사팀은 수사 속도를 높였다.

여동생의 사인도 불분명했다. 전날 오빠와 식사를 했고, 여동생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자 자신이 먹던 소화제라며 조제약 봉투 두 개와 캡슐 두 알을 건넸다.
오빠는 또 부검을 반대했지만 수사팀이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한 부검 결과 체내에서 청산가리 성분이 검출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수사팀은 즉시 아들이자 오빠인 남성을 긴급 체포했다.

여동생의 사망 직후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좋은 아들 좋은 오빠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 셋… 가족이 함께 웃으면서 밥 먹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 가족 하나 지키지 못해서, 할 수 없는 게 너무 짜증 나고 슬퍼” 등 감성적인 글귀를 적으며 위로받으려 했던 정황도 드러나 분노를 샀다.
그의 사무실 CCTV를 확인한 결과 대포차에서 붕산, 염화제2수은, 청산가리 등 치명적인 물질이 나왔다. 이들 모두 금세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위험 성분으로 그의 통화내용에서 금세공업자와 접촉한 기록도 확인됐다.

남성은 “화학에 관심이 많아 단순한 호기심으로 실험했을 뿐 가족을 해칠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아버지 사망 전날 금세공업자에게 “청산가리를 얼마나 먹으면 죽냐”고 묻거나 ‘청산가리 위험성’을 검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동생의 보험금이 이혼한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사실에 분노하며 또 다른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확인됐다. 아내에게도 보험을 들어놓고 독극물을 사용하려 한 시도까지 밝혀졌다.
조사 결과 그는 온라인 도박에 빠져 있었고, 동생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 9개월 동안 3억 원가량을 탕진했다. 그는 체포 이후에도 끝까지 '억울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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