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성장 등 영향 국내 입지 줄어
2025년 1·5월 제외하고 다섯 차례 역성장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매장 확대 팔걷어
시장 지배력 강한 현지 경쟁 업체 적어
현지화 전략 주효, 해외사업 실적 ‘껑충’
국내 포화상태 편의점업계도 진출 활발
내수 부진으로 역성장에 빠진 대형마트 업계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에선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렸고, 오프라인 매장 고객도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편의점 등 근거리 중소규모 점포에 뺏기고 있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마트 업계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매장을 확대해 해외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올해 1월과 5월을 제외하고 다섯 차례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보다 2.4% 매출이 감소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부터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SSM과 대형마트가 모두 제외됐지만, SSM이 최근 5개월간 매출 성장세를 이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동남아 유통 선점한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대형마트 입지가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평소에 쿠팡 등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사고, 오프라인 매장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편의점과 SSM을 주로 찾는 추세여서다. 1∼2인 가구가 많아진 것도 이런 추세를 가속하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양의 장을 볼 때는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매장을 이용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식료품(그로서리) 부문을 강화하고 빠른 배송을 확대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식료품 부문에서도 이커머스 성장세가 가팔라 마트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중이다.
불황과 유통 업계 구조 변화를 직면한 대형마트 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의 경우 현지 대형 유통 업체가 자리 잡지 못한 곳이 많아 국내 대형마트들이 파고들 틈이 많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유통 업체는 산업계 후발 주자”라며 “시장 지배력이 강한 현지 업체가 적어 국내 업체가 사업을 확장할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해외 공략 강화 전략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 발리점을 도소매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인도네시아 대도시에는 대형 할인점과 슈퍼마켓 등이 발달했지만 섬이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그 외 지역은 소규모 소매상 중심 유통 구조가 정착해 있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2008년 국내 유통사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뒤 36개 도매점과 12개 소매점을 운영해왔다. 소매점은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전환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도매점은 소비자 집객력이 소매점보다 낮다고 평가됐다.
이에 롯데마트는 사업자에게는 인기 도매 상품을 제공하고 일반 소비자에게는 K푸드 중심의 식재료를 선보여 수익성과 성장성을 도모하기로 했다. 2000평 규모 도매점으로 운영한 발리점 도매 매장은 500평으로 줄이고 나머지 1500평은 신선식품 중심의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꾸몄다. 발리점 매장의 90%를 먹거리로 구성했고, 관광객의 간편식 수요를 반영해 소용량·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도시락 상품을 확대했다. 롯데마트는 발리점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형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편의점도 해외 사업 박차
이마트도 몽골과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에 진출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마트 매장과 노브랜드 매장을 현지화해 출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운영하는 식이다. 베트남 1호점 고밥점과 2호점 살라점, 3호점 판후익점에선 신선식품과 델리 코너를 강화해 현지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이마트는 미국에서도 마트 50개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해외사업 전략은 수익성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 해외사업(백화점·마트)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6% 증가했다. 이마트 해외사업 매출도 2022년 27%, 2023년 22% 등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다.
국내에서 포화 상태에 이른 편의점 업계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21일 인도에 1호점을 냈다. 55평 규모의 1층에선 스낵과 가공식품 등 한국 편의점 상품과 떡볶이, 김밥, 비빔밥 등 K푸드를 판매한다. 25평 규모의 2층에선 인도 기반 K뷰티 플랫폼 ‘리메세’와 협업해 체험형 공간을 꾸렸다. GS25는 베트남과 몽골, CU는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 등에 진출해 사업을 넓히고 있다. GS25는 올해 베트남 점포를 5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U는 몽골에서 470개 이상 점포를 운영하며 현지 1위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 하와이에 1호점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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