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마다 자리한 경로당이 2000개가 넘지만, 정작 60세를 갓 넘긴 이른바 ‘신(新)노년층’에게는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노인의 사랑방’이었던 공간이 달라진 고령자 세대의 욕구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서울 시내 경로당은 3596개로, 이 가운데 65.6%인 2348개가 아파트 단지 안에 설치돼 있다. 평균 개설 연한은 20.5년, 정원은 32.9명으로 전체 경로당(23.1년, 35.5명)보다 조금 작고 젊다.
지역별로는 동북권(769개)과 서남권(699개)에 가장 많이 분포했고, 도심권에는 76개만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용률이다. 아파트 거주 60세 이상 고령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9.6%가 “경로당 위치를 안다”고 답했지만 실제 이용자는 31.2%에 불과했다. 특히 60~64세 신노년층(83명)은 단 한 명도 이용하지 않았다.
경로당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75세 이상 고령 여성으로, 이웃 교류가 활발한 경우가 많았다. 이용자 가운데 78.8%는 “친구나 이웃과 어울리기 위해” 경로당을 찾았고, 절반 이상은 무료·저렴한 식사 서비스, 무더위·추위 피난처로 활용하고 있었다. 실제 이용자 10명 중 9명은 평일 점심 식사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반대로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뚜렷했다. 응답자 76.7%가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고, “집에 있는 게 편하다”(24.7%),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불편하다”(13%), “아직 젊고 바빠서”(6.2%)라는 답도 뒤따랐다.
2006년 이후 100세대 이상 아파트에는 의무적으로 경로당이 설치돼 왔다. 덕분에 양적 확대는 이뤄졌지만, 세대별로 달라진 노년층의 요구를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입주 고령자가 적어 사실상 빈 공간으로 남거나, 경로당이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서울연구원은 “친목과 식사에 머무는 현재 방식으로는 신노년층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며, 생활체육·건강관리·취미 오락·생활 지원 등 프로그램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고령 친화 아파트 인증제 도입, 공동주택과 노인복지주택 결합 개발” 같은 제도 개선 없이는 시설 기피, 이용자 편중, 운영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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