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교류 확대, 인식 격차 뚜렷…“정치·역사 갈등 여전”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900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양국 간 인식의 ‘온도차’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 일본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API), 미국 한국경제연구소(KEI)는 ‘2025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공동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18세 이상 1585명), 일본(12세 이상 1037명), 미국(12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인, 일본 호감도 ‘사상 최고’…“좋은 인상” 52.4%
30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52.4%가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2020년 ‘노 재팬(No Japan)’ 운동 당시 12.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급등했다. 반면 “좋지 않은 인상”이라는 응답은 37.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긍정적 인식의 주요 배경으로는 ‘일본인의 친절하고 성실한 국민성’(46.6%)과 ‘식문화·쇼핑 등 일본의 일상적 매력’(31.7%)이 꼽혔다.
◆일본인의 韓 인식, 6년 만에 최저…“좋지 않다” 51.0%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인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4.8%로, 2019년(20.0%)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좋지 않은 인상”이라는 응답은 51.0%로, 2023년(32.8%)보다 무려 18.2%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52.4%)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부정 인식의 주요 이유로는 △역사 문제(위안부·징용 등 55.0%) △반일 시위·발언(52.0%) △국민성에 대한 부정적 인상(41.6%) △독도 영토 문제(35.9%) △한국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12.3%)가 꼽혔다.
한국인이 일본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과거사 반성 부족(82.8%) △독도 문제(48.0%) △미해결 역사 문제(41.2%) △‘겉과 속이 다르다’는 국민성 인식(15.3%) 순이었다.

한일 양국 모두 상대국에 대한 호감 요인으로 문화 콘텐츠와 여행 경험을 꼽았다. 일본인은 한국의 K-팝, 영화, 스포츠 등 문화적 매력(51.8%)과 여행지로서의 매력(44.0%)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로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은 60.7%로 2023년(37.3%)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일본인의 74.4%는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답해 교류의 비대칭성도 여전히 확인됐다.
◆한일 관계 인식도 ‘엇갈림’…日, 韓보다 긍정 평가 많아
양국 관계에 대한 인식 역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인은 “한일 관계가 좋다”는 응답이 10.6%에 그친 반면 “나쁘다”는 응답은 30.0%에 달했다. 다수인 59.4%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일본인의 경우 “한일 관계가 좋다”는 응답이 31.8%로, 한국인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 “관광 늘어도 정서적 거리는 여전”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를 두고 “관광과 문화 교류는 활발하지만 국민 간 정서적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한국은 개인 차원의 여행과 문화 소비를 통해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일본은 한국과의 역사·외교 갈등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호감도가 되레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해서는 각 분야 리더들의 책임 있는 태도와 미디어의 균형 잡힌 보도, 국민 간의 상호 이해와 교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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