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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시진핑, 첫 나란히…신냉전 무대는 한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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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30 11:00:00 수정 : 2025-08-31 01:06:28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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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 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다.

 

이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 연출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방문으로 한·미·일 3국 정상 간 연쇄 회담이 이뤄진 상황에서 북·중·러 정상이 함께 하는 모양새가 등장하면서 냉전 시절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던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반도가 신 냉전의 한복판에 서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선중앙TV·EPA·신화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3국 밀착

 

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에 반서방 기조를 뚜렷이 하거나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과 가까운 나라 정상들을 모았다.

 

김 위원장 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처럼 서방과 대립하는 나라 외에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쿠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몽골, 파키스탄, 세르비아 정상 등이 참석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0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열병식에는 중국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와 지대공미사일체계, 무인기, 무인잠수정 등 첨단 무기가 대거 등장한다.

 

중국의 외교력과 군사력을 과시, 통상과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인도태평양에서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같은 ‘이벤트’의 정점은 북·중·러 3국 정상이 나란히 서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이번 전승절 참석은 국제 다자무대 데뷔전이다.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찾았지만 단독 방문이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다자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체제에 맞설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의 가장 큰 전략적 약점은 동맹국이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은 미국 외에도 일본 등과 안보협력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압도적인 동맹의 힘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기조를 취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8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담소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새로운 출구전략을 얻게 됐다는 점이다.

 

러시아에 막대한 양의 탄약과 장비, 병력을 보낸 북한은 러시아와 지난해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혈맹 수준의 군사·정치·경제적 밀착관계를 형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도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러시아를 국빈방문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를 ‘동지’라 부르며, 서방에 맞서면서 다극 세계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중·러 관계가 한층 견고해진 상황에서 남은 것은 북·중 관계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통해 공고해진 북·러 관계를 기반으로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러시아와 중국을 ‘뒷배’로 삼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높이고 한·미·일 안보협력에 맞서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중국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진 북한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맞설 카드를 하나 더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의 전승절이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3국의 밀착을 과시하는 현장이 되는 셈이다.

 

◆한·미·일처럼 밀착할 지는 불확실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북·중·러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지만, 3국의 밀착이 한·미·일 협력에 맞설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소인수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서방과 정치·경제적으로 분리된 체제인 러시아·북한과 달리 중국은 서방측과 활발하게 교역을 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첨단 제품도 서방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만든 민간 여객기 C919는 엔진과 보조동력장치, 비행기록장치, 유압시스템, 바퀴 등 주요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방에 각을 세우는 러시아·북한과 중국이 동일한 수준으로 보조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한과 중국을 우군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북한과 달리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거리를 뒀다.

 

인도태평양에서 전략경쟁을 벌이면서 관세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국과의 관계가 언제든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중 협력의 상징인 플라잉 타이거스(중국 명칭 비호대)의 후손을 초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전승절에 플라잉 타이거스를 지휘했던 클레어 리 체널트의 딸과 손녀 등 후손을 초청했다.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 분위기를 호전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양국 우호의 상징인 플라잉 타이거스를 거론했다.

 

플라잉 타이거스는 미국이 2차대전 참전에 앞서 중·일전쟁에서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를 지원하고자 1941∼1942년 비밀리에 파견했던 3개 비행 중대 규모의 부대다.

 

이 때문에 플라잉 타이거스는 공식적으로 중화민국 공군 소속으로 편입돼 전투에 참여했고, 조종사들도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고 민간인 신분으로서 의용군으로 싸웠다.

 

퇴역장교 출신의 클레어 리 체널트가 이끈 이 부대는 이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이 대일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미군에 통합됐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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