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의 2003년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부고니아(Bugonia)’가 28일(현지시간)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상영 후에는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부고니아’는 대기업 CEO를 외계인이라 믿고 납치하는 음모론자의 이야기를 기괴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로 그려내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연으로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몬스가 나서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그리스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엠마 스톤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가여운 것들’(2023)에 이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음모론에 빠진 ‘테디’(제시 플레먼스)는 사촌 ‘돈’(에이던 델비스)과 함께 대형 바이오기업 CEO ‘미셸’(엠마 스톤)을 납치한다. 납치당하는 주인공은 원작의 ‘강만식’(백윤식)과 달리 젊은 여성 미셸로 바뀌었다.
평론가들은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극찬을 보냈다. 엠마 스톤은 냉혹한 CEO ‘미셸’ 역을 맡아 기괴한 납치극의 중심에서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시 플레먼스에게도 외계인 음모론에 사로잡힌 ‘테디’의 집요하고 불안정한 인물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의 피트 해먼드는 ‘부고니아’를 “정신없이 몰아치는 광기 어린 이야기이자, 란티모스 감독의 최고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작품”이라며 “(전작) ‘더 랍스터’, ‘송곳니’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오늘날 음모론 시대를 정통으로 겨냥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엠마 스톤이 또다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연기를 보여줬고, 플레먼스는 놀랍도록 광기 어린 존재감을 발휘했다”고 평했다.

영국 영화잡지 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부고니아’는 리메이크의 정당성을 입증해내는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다. ‘석세션’의 각본가 윌 트레이시가 쓴 시나리오 속 직설적이고 풍자적인 대사가 인상적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28일 ‘부고니아’ 상영에 앞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란티모스 감독은 “윌 트레이시의 대본을 읽자마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재미있고 흥미로운 동시에 엄청난 울림이 있었고,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영국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부고니아’에 별 다섯 만점에 세 개를 부여하며 “소름 돋는 오케스트라와 엠마 스톤의 강렬한 연기, 뛰어난 결말 몽타주가 인상적이지만 그 결말을 위한 워밍업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미국 인디와이어는 B등급을 매기며 “2시간에 걸쳐 주제를 반복해 지루한 순간이 있는데, 90분 정도로 축약했다면 더욱 몰입도가 높았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그렇게 짧았다면 이 영화가 충분히 중요해 보였을까?”라고 덧붙였다.

베니스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오른 ‘부고니아’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등 20개 작품과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합한다. 작품은 다음 달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을 통해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되며, 11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 ‘지구를 지켜라!’의 투자·배급을 맡았던 CJ ENM은 이번 리메이크의 기획·개발을 주도했으며, 국내 배급을 맡아 한국 관객에게도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부고니아’는 죽은 소의 사체에서 벌이 생겨난다는 잘못된 믿음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의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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