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인권 보고서 발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고서 발간 참여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국 인권 상황 검증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오는 11월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 검토’(UPR)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을 이미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UPR은 193개 유엔 회원국이 약 5년마다 돌아가면서 자국의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으로부터 심의받는 제도다. 대상국이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자체 평가해 제출하고, 이 보고서를 다른 회원국들이 검토한 뒤 권고안을 제시한다.
권고안의 구속력은 없지만 최근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검증 절차 참여 자체가 부담이다. 만약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미국은 오는 2027년 7월까지 자국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고, 이후 회원국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만약 이때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회원국 중 UPR에 보고서를 내지 않은 첫 번째 국가가 된다.
미국은 이미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UNHRC를 탈퇴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국무부 당국자는 로이터에 “UPR에 참여하는 것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활동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국을 규탄하지 못하는 이사회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은 트럼프 1기 때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하기는 했지만, UPR 보고서는 제출했었다.
이에 대해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건설적 협력이 전 세계의 인권 증진과 보호에 기여해왔다”며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UPR 절차를 주도했던 마이클 포스너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인권센터 소장은 “미국이 이란, 러시아, 수단 같은 심각한 인권 침해국도 UPR에서 발을 뺄 수 있도록 구실을 제공하는 셈”이라며 국제적인 인권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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